▲16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시복미사에서 세월호 가족들이 현수막을 들고 있다. 조금이라도 잘 보이게 하려고 무릎을 꿇고 앉은 모습.
황광석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을 시종일관 위로할 수 있었던 것은 소외받고 힘없는 자들을 살피는 그의 덕망 때문임을 안다. 교황은 귀국 기자회견에서도 "인간적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는 없다"며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밝혔으며 방한 내내 노란 리본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과의 만남과 위로가 성사될 수 있었던 것은 교황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했던 가족들의 시간과 땀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황과 세월호 참사 피해 가족들, 서로의 마음과 노력이 있었기에 그렇게 만나서 위로하고 위로받고 우리 사회에 메시지를 던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간절함이 묻어난 손끝, 발끝을 본 적이 있는가. 말이 아닌 몸짓에서 묻어나는 그 간절함 말이다. 16일 교황을 기다리는 가족들의 손끝, 발끝에서 난 간절함을 보았다. 가족들은 새벽 3시에 입장해서 3시 반부터 배정된 광화문광장의 끝에 있는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천막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사람들이 많아 다닥다닥 붙은 자리였다. 교황이 광장에 오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은데다 전날 잠을 자지 못해 엎드려 자는 가족들이 있었다. 영락없이 팽목항에 있던 체육관에서의 모습이었다. 아팠다. 아직도 차가운 바닥에서 쪽잠을 자야 하는 가족들. 어떤 이는 이 모습을 보며 교황을 맞이하는 데 예의가 없다고 여길지 몰라도 내 눈에는 여전히 4월 16일을 벗어나지 못한 가족들의 모습이라 아팠다.
그렇게 누워 있는데 광장에 시민들이 많아지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실종자, 생존자 가족대책위'(아래 가족대책위) 임원이 사람들을 깨운다.
"시민들이 보기에 좋지 않으니 일어나세요."하나둘 그렇게 앉아서 정신을 차리고 있은 지 얼마 안 된 9시 20분, 교황의 카퍼레이드가 시작되고 하늘에는 촬영을 하는 헬기가 날아다닌다.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시복미사이기에 화면에 조금이라도 잡혀야 한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벌떡 일어나 노란 펼침막을 힘껏 머리 위로 펼친다. 현수막이 더 잘 보이라고 발뒤꿈치를 든 이들.
아픈 몸과 마음을 이끌고 함께한 가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