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할매들이 호박탈 쓰고 경찰 앞에 선 이유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들, 송전탑 공사차량 막으며 저항

등록 2014.08.20 15:10수정 2014.08.20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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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들의 투쟁이 계속되고 있다. 주민들은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등 곳곳에서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한 활동을 벌이면서 경찰 등과 충돌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아래 한전)는 밀양 5개 면에 총 69기의 철탑을 세우는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공사를 벌이고 있다. 한전은 8월 현재 90% 이상의 공정율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은 최근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를 막으면서 경찰과 충돌하는 대표적인 곳이다. 주민들은 마을 사랑방에 모여 있다가 레미콘을 실은 공사차량을 막으면서 경찰과 승강이를 벌이기도 한다.

20일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은 고정마을의 상황을 전하면서 "최근 한전은 폭우가 쏟아지는 날에도 레미콘을 현장으로 올려보냈다"라면서 "주민들은 차량을 막기 위해 도로에 나섰다가 밀려나오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호박탈 쓴 어머니들... 마음이 뭉클하다"

 한국전력공사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송전철탑 공사를 벌이는 가운데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들은 공사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경찰의 채증을 피하기 위해 호박을 가면처럼 쓰고 나온 모습.
한국전력공사가 '신고리-북경남 765kV 송전선로' 송전철탑 공사를 벌이는 가운데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들은 공사차량 출입을 막으면서 경찰에 저항하고 있다. 사진은 주민들이 경찰의 채증을 피하기 위해 호박을 가면처럼 쓰고 나온 모습.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마을 사람들은) 경찰에게 들려나온 뒤에도 또다시 사랑방으로 들어가 씩씩하게 프라이팬에 불을 켜 호박전을 부쳐 먹으면서 수다를 떤다. 누군가 레미콘 올라온다라고 소리를 지르면 다시 도로에 나와 차를 막고는 얼마 있다가 또 경찰에게 밀려나온다.

마을주민들은 오랫동안 이어지는 송전탑 반대 운동을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송전탑 반대 운동을 벌이는 어머니들은 유머와 기지로 이를 견뎌낸다. 늙은 호박을 하나 가져와 수십 명이 호박전을 부쳐 먹고는 남은 껍질로 탈을 만들어 채증하는 경찰 앞에 들이대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 뭉클하고 아렸다."(이계삼 사무국장)


한전은 송전선로 경과지 마을(주민)과 보상 합의를 해오고 있는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현재까지 총 260세대가 보상을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계삼 사무국장은 "지금 총 260세대가 한국전력이 주는 보상금을 받지 않고 버티고 있다"라면서 "전체 경과지 주민 12%에 해당하는 그리고 핵심 피해지역 주민만 따지고 보면 1/3을 넘는 주민들이 철탑이 거의 다 올라가는 상황에서도 저렇게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골 노인들에게는 정말로 꿀처럼 달콤한 현금 400여만 원을 한전의 온갖 회유와 협박과 이미 돈을 받은 이웃들의 빈정거림에도 받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그것은 '자존심'이다"라면서 "'이토록 깊은 폭력과 모멸을 겪고서도 어떻게 저들에게 머리 조아릴 수 있겠는가'라는 뜻이 담겨있다"라고 부연했다.

30일 고정마을 주차장에서 열릴 '밀양장터'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오는 30일 오후 고정마을 주차장에서 '밀양장터'를 연다. 이날 밀양장터는 '미니팜 협동조합 밀양의 친구들'이 벌이는 첫 번째 장터다.

미니팜 협동조합에는 현재까지 280명의 출자·후원자가 있는데, 이들로부터 1576만 원의 출자금이 모아졌고 법인설립 등기와 사업자등록 절차까지 마친 상태다.

30일 밀양장터에는 '먹을거리 장터'와 '농산물 장터', 에너지 관련 적정기술 도구를 전시·시연하는 '에너지 장터', 각종 도서와 생활용품, 장난감, 옷가지들의 장터가 열릴 계획이다. 또 30일 오후 7시부터 열릴 계획인 문화제는 송전탑 반대 주민과 연대자 발언, 영상 상영, 문화 공연 등으로 구성된다.
#밀양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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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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