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2013년 2월 12일 실시된 핵시험을 1차 대응 조치라며 미국이 적대적으로 정세를 복잡하게 하면 2, 3차 대응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이에 북은 2003년 초 핵확산방지조약(NPT)에서 탈퇴했다. 그해 3월, 미국은 핵 없는 이라크의 핵개발을 저지한다면서 침공을 감행했다. 이를 본 북은 핵무장만이 민족과 조국을 지킬 수 있다고 확신했던 모양이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은 북은 남한의 군사비와 경쟁할 수 없게 돼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안보효과를 마련해 줄 핵미사일 개발로 자위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정책 변화로 절약된 돈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건설에 쓰겠다고도 했다.
북을 견제하기 위해 부시 정부는 2003년 중국이 주도하는 6자회담을 출범시켰다. 북은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말했으나 객관적으로 증명해 보이지도 않았다. 6자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모색할 2005년 9·19공동성명이 나왔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미국은 돈 세탁 의혹을 제기하며 마카오은행(BDA) 북한 계좌를 동결시켰다.
이 무고한 조치에 북은 2006년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장거리미사일(인공위성)을 발사하고 10월 한글날에는 겨레의 제1차 핵시험으로 맞섰다. 이와 같이 북이 핵미사일을 개발하게 된 이유는 이재봉 원광대 교수의 '법정 증언'에도 기술돼 있다(
관련기사 보기). 한편, 마카오 정부 주문으로 북한 은행 계좌를 조사한 미국 회계회사 'E&Y'는 부정행위가 없었다고 발표했고 계좌는 풀렸다.
이와 같이 북의 핵미사일은 평화협정을 기피하는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는 수단이었지만, 미국은 벼랑끝 전술(Brinkmanship)이라는 별명도 붙였다. 그리하여 2007년 2·13과 10·3 원자로 불능화 합의가 이뤄졌고, 2008년 북은 중수로 냉각탑 공개 폭파 시위를 하기도 했다. 미국 CSIS전략연구소 태평양포럼 코사(R.Cossa) 회장은 북한이 2·13 합의사항을 위배한 것은 없다고도 했다.
한편, 남한에서는 2007년 10·4 남북평화번영합의를 한 노무현 정부에 이어 2008년에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비핵·개방·3000 대북정책을 내세우고 6·15, 10·4 남북공동선언을 무효화하기 시작했다. 한편 집권하면 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던 오바마 정부가 2009년에 출범했다. 하지만, 남북교역중단과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로 북한의 붕괴를 예상한 이명박 정부의 반대를 핑계로 미국은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돌아섰다.
이에 북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와 평화협정 체결을 압박하기 위해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5월에는 제2차 핵시험 시위를 했다. 그리고 "6자회담은 영원히 끝났다"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유엔안보리를 통해 제2차 대북제재 결의를 채택하고 북한의 붕괴를 추구했다.
이것이 지난 60년 동안 북·미 사이에 되풀이된 역사(미국의 핵 위협→북의 평화협정 제안→불응→미사일 발사→핵개발 의혹→북미 기본합의→미국의 파기→북의 핵시험→유엔안보리 제재)의 요약이다(<통일의 날이 참다운 광복의 날이다> 밖에서 본 한반도, 오인동, 솔문, 2010).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미국그러면 평화협정과 핵개발 문제로 합의사항을 위반한 쪽은 누구인가. 미국은 북한, 북은 미국이라고 하고 남한 정부나 수구 언론들은 미국의 주장을 복창해 왔다. 북한도 사소한 합의 사항들을 어긴 것들이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이 국제관계 역학의 상식이라는 말대로 미국이 먼저 또 결정적으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은 확연하다.
심지어 부시 정부의 라이스 국무장관은 미국이 "축구경기 도중 골대를 옮긴다"(Moving the goal posts in the middle of a football game)라는 말도 했다. 즉, 합의 내용 바꾸기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말한 미국의 여러 관료나 한반도 전문가들은 결국 북한이 기본 합의 사항을 안 지킨 게 없다고 한 셈이다.
이렇게 미국 인사들조차 합의를 지키지 않은 바른 말을 하는데도 남한 관료와 대통령의 "북한의 도발→제재→타협→보상의 나쁜 버릇을 더 이상 묵과 할 수 없다"라는 말을 해왔다. 미국 위정자들은 어떻게 들을까. 이에 더해 오바마 국가안보회의 베이더 국장의 저서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에서 "(미국은) 궁극적으로는 북한 정권 붕괴와 남한의 흡수통일을 목적으로 하고, 단기·중기적으로는 근본적 해결 아닌 협상과 대화를 통해 지연 시키는 '전략적 인내'였다"라고 했다.
그러면 이들이 반미주의자이고 종북세력인 걸까. 이렇게 미국 정부에 반대되는 주장을 관료나 전문가들이 말할 수 있는 것이 미국 언론의 자유이고 큰 나라 미국의 여유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양심적 애국인사들로 인해 미국은 정의 수호와 자체 정화 노력도 하지만, 세계 패권 정책은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북에 핵이 없던 첫 40년 동안 미국은 북의 요구를 무시·기피해 왔고 그 뒤 핵 의혹만 있었던 12년 동안에도 이런저런 핑계로 평화협정을 거부해온 사실을 돌이켜 보면 의심되는 바가 있다. 즉, 핵개발을 저지하겠다는 미국 주장의 진정성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왜냐면 미국이 합의 사항 이행을 지연 시키거나 '골대를 옮겨' 다시 협상해 합의하고 또 파기하는 동안에 북의 핵미사일 능력은 점차 높아져만 갔기 때문이다.
핵,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