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나우만의 '100가지 삶과 죽음'
이상기
박물관을 나오면서 마지막으로 본 작품은 브루스 나우만(Bruce Nauman)의 '100가지 삶과 죽음(100 Live and Die)'이다. 정사각형의 네모판에 온갖 색채의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그런데 그 네온이 삶과 죽음 사이에 우리가 하는 행위를 글씨로 표현하고 있다. 글씨는 4행 25줄이다. 가장 윗줄에 '살고 죽고, 살고 살고, 노래하고 죽고, 노래하고 살고'가 있다.
왼쪽 아래로 내려가면서 보이는 내용은 똥 두고, 오줌 누고, 먹고, 잠자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욕하고, 말하는 일상생활이다. 그 다음은 거짓말하고, 듣고, 외치고, 키스하고, 분노하고, 웃고, 접촉하고, 느끼고, 두려워하고, 병들고, 낫는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화가답게 네 가지 색을 표현하고 있다. 검은, 흰, 빨간, 노란이다. 네온의 색도 검고 희고 빨갛고 노랗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