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안전벨트' 내겐 애증의 관계

귀성길 차량운전은 안전벨트로 시작합시다

등록 2014.09.05 19:07수정 2014.09.0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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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이었다. 대전에 있는 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지금 올라와라"
"...... 알았어......"

난 예감을 했다.

'아버지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겠구나! '

난 서둘러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대전으로 올라갔다. 중환자실에 누워 계신 아버지, 핏기 없는 하얀 얼굴에 다리부터 손과 팔의 피부색이 검게 변하고 있었다. 마치 좀비 영화에 나오는 시체처럼 바싹 마른 몸매에 튀어나온 뼈, 머리 한 쪽이 함몰되어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아버지. 혈압은 점점 내려가고 눈동자도 이미 하얗게 변했다. 온 몸의 온기가 사라졌다. 흉부에만 미열이 남아 있을 뿐이다. 이제 몇 시간 남은 걸까?

"보호자님들, 이제 그만 나가 주세요"


한 생명이 끈을 놓고 있는데, 무심한 표정으로 면회시간이 끝났으니, 그만 나가달라는 간호사의 이야기가 더욱 숨이 막혔다. 대기실로 나왔다. 큰댁과 고모 댁에 전화를 드렸다. 친구들에게도 연락을 했다. 그리고 약 1시간 후, 간호사가 나왔다.

"김00님 보호자님 들어오세요"


순간,

'아, 가셨구나!'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일단 병실로 들어갔다. 아버지의 잠기지 않는 눈을 보았다. 냉기가 도는 아버지의 눈이 너무 낯설었다. 아들이 왔는데 아는 체도 하지 않는 아버지, 그날 그렇게 가셨다. 2014년 7월 12일 그날, 자식들에게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하시고 조용히 우리 곁을 떠나셨다.

안전띠 하지 않은 아버지, 큰 화근을 불러...

a 사고로 완전히 파손된 아버지 승용차 조수석 방향으로 전봇대를 들이받고 파손된 모습. 안전벨트를 착용했더라도 큰 부상을 입었겠지만, 부상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차량은 바로 폐차했다.

사고로 완전히 파손된 아버지 승용차 조수석 방향으로 전봇대를 들이받고 파손된 모습. 안전벨트를 착용했더라도 큰 부상을 입었겠지만, 부상 정도의 차이는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차량은 바로 폐차했다. ⓒ 김승한


아버지는 올해 2월에 교통사고를 당했다. 시골길 드라이브 중에 로드 킬을 피하려다 전봇대를 들이 받은 것이다. 당시 운전은 어머니가 하고 있었고 아버지는 조수석에 앉아 계셨는데 안전띠를 하지 않은 것이 큰 화근을 불렀다.

온 몸에 타박상을 입은 데다, 머리에 충격이 심해서 응급처치만 하고 수술을 하지 못했다. 뇌압이 심해 붓기가 가라앉은 다음에 수술해야 하는데 좀처럼 붓기가 빠지질 않는데다 수술을 한다해도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 손도 못 대고 있었다.

무의식상태가 몇 달간 지속되었다. 중환자실에서 관을 통해 영양제와 가래를 빼내는 것만 하는 정도였다. 의식이 없으니 모든 것을 간병인과 간호사의 손에 맡긴 채 하루하루 상태가 호전되기를 기도하는 것 뿐 다른 처치를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고로 망신창이가 된 승용차를 보며, '안전벨트를 착용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차량 상태로 봤을 때, 안전벨트를 착용했더라도 상당한 부상을 피할 순 없었겠지만 최소한 현재와 같은 상황까지는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안전띠 착용으로 큰 사고였지만 멀쩡...

필자도 10여 년 전 천안 나들목 부근에서 시속 130km로 달리다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은 적이 있다. 상대적으로 승용차보다 위험도가 높은 승합차였지만, 안전벨트를 했던 이유로 흔한 타박상 하나 입지 않았다. 물론 측면에서 전봇대와 부딪힌 것과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것은 사고의 경중에도 차이가 있긴 하다. 그러나 당시 3밴 승합차의 파손정도에 비해 나의 몸은 너무나도 멀쩡했다.

중앙분리대와 충격할 당시 내 몸은 엄청난 압력으로 앞으로 튀어나갔고 차량 또한 갈 짓자로 비틀거리며 왼쪽부분에 파손이 심했다. 그러나 그 뿐이었다. 만약 안전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나는 복부와 가슴으로 운전대를 들이받고 머리를 앞 유리에 부딪히며 커다란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그날 렉카에 몸을 싣고 대전으로 내려오며 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와 대조적으로 10여 년 후에 난 또 사고를 냈다. 안전벨트 미착용상태에서 말이다. 당시 초행길에 비까지 내려 앞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운전하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느라 부주의했던 것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그날따라 안전벨트를 왜 착용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우리 가족은 차에 탈 때 아내는 물론 아이들까지 무조건 안전벨트부터 먼저 챙긴다. 이런 습관이 되어 있기에 난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으로 착각을 한 것일까? 시속 40km의 그리 빠른 속도는 아니었으나 터널 앞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말았다.

충격 당시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면서 운전대에 가슴을 부딪히는 한편 머리를 앞 유리에 심하게 들이받아 유리가 깨지고 말았다. 이 사고로 나는 가슴과 배에 심각한 통증을 느꼈으며, 코뼈가 부러지고 안면이 심각하게 부어 수술을 하기까지 일주일가량 기다려야 했다. 밀린 회사일로 인해 몸이 완치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 3주간의 입원을 끝내고 출근했으며, 6개월 후 재수술을 위해 다시 입원하는 등 한동안 고생을 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안전벨트만 했어도 그런 정도의 사고는 나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다. 몸이 앞으로 튀어나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주기 때문에 과거 고속도로에서의 사고처럼 가벼운 타박상이나 살짝 긁힘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거란 것이다. 

이제 안전벨트는 나와 애증의 관계가 되어 버렸다. 안전벨트로 인해 큰 사고를 당하고도 멀쩡했고, 작은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심한 부상을 당했으며 또한 아버지의 임종까지 지켜봐야했다.

a 사고 이후 전체 수리를 했더니 깔끔하다 오른 쪽 휀다 부분과 앞 유리, 보닛 부분이 파손되었다. 수리금액만 500만원 가량. 정비사 아저씨가 차량 상태가 이 정도인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사고 이후 전체 수리를 했더니 깔끔하다 오른 쪽 휀다 부분과 앞 유리, 보닛 부분이 파손되었다. 수리금액만 500만원 가량. 정비사 아저씨가 차량 상태가 이 정도인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 김승한

안전벨트!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물론 과속으로 달리다 차량이 완파될 정도의 사고라면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교통사고는 모르는 일이다.

차량이 전복되며 사람이 차량 밖으로 튀어 나갈 수도 있고, 차 안에서 심각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안전벨트는 이러한 다양한 각도와 상황에서 벌어지는 사고에서 사람의 생명을 지켜줄 수도 있고, 심각한 부상에서 건져줄 수도 있다.

미국 안전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안전벨트 착용은 충돌사고의 사망률을 45%, 중상당할 사망률을 50% 줄여준다고 한다. 또한 치사율도 운전자는 21%, 동승자는 30% 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결과도 있다.

간단히 말하면 우리나라에서 일 년 동안 일어나는 교통사고의 사망률과 중상 율을 50%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얘기이다.

이 정도라면 강조를 넘어서 강제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경찰의 안전벨트 의무화 시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있지만 아직 뒷좌석의 착용율과 어린이의 유아시트 착용률은 저조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한 승용차에 비해 승합차와 화물차 운전자의 안전벨트 미착용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온다.

이제 추석 명절로 인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고향으로 가는 설레는 마음에 안전벨트를 착용합시다.
#안전벨트 #교통사고 치사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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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음악, 종교학 쪽에 관심이 많은 그저그런 사람입니다. '인간은 악한 모습 그대로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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