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완위엔(團圓,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선물 꾸러미를 들고 왔다가 또 정을 나누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간다.
김대오
상점마다 싸인 월병, 친지의 집으로 배달원래 토요일 일요일에도 은행, 우체국이 영업을 하는데 추석연휴에는 아예 문을 닫는 곳이 많고, 관공소, 대형마트도 영업시간을 줄여 직원들이 일찍 귀가하여 투완위엔(團圓, 추석에 온 가족이 함께 모이는 것)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상점마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던 월병, 술, 각종 선물세트들이 가족, 친지의 집으로 배달되는 모습이 골목마다 연출된다.
추석을 모든 매장에서 판촉의 기회로 삼을 만큼 이제 중국은 투박한 사회주의 옷을 벗고 충분히 상업화되어 있다. 다만 사회주의 시절 각 가정에 식량, 기름, 소금 등을 배급하던 것처럼 직장에서는 직원들에게, 학교는 교직원들에게 월병을 배급해준다. 본교에서 멀리 떨어진 분원의 기숙사까지 외사처 담당직원이 마치 매우 중요한 임무인 것처럼 월병을 전해주고 간다. 풍요로워진 중국의 위상이 마치 각 단위마다 지급되는 월병에 담겨 있는 듯하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근처 공원을 산책하며 보름달을 감상하는 가족 단위 중국인들이 평상시보다 많이 눈에 띈다. 한창 건설공사가 많아 먼지 때문인지 조금은 창백한 보름달이 떴다. 우리처럼 소원을 비는 풍습은 없지만, 저마다 다른 공간에서 달을 바라보면, 서로의 시선이 함께 달에 머무는 순간, 달을 매개체로 서로 만날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또 달에 '창어(嫦娥)'라는 어여쁜 선녀가 살고 있다고 믿는 것은 우리와 다르지만, 계수나무 아래서 토끼가 방아를 찧는다는 믿음은 놀랍게도 서로 닮았다.
계수나무는 찍어도 다시 새살이 돋아나기에 왕성한 생명력을, 가임기간이 짧은 토끼는 다산(多産)을 상징한다. 고구려벽화에도 토끼 문양의 달이 있다고 하니 전국시대 이후 한(漢)대에 이미 민간에 널리 퍼진 이야기가 오늘날까지 전해진 것으로 보인다. 국민동요가 된 윤극영의 <반달>에도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그루 토끼 한 마리" 하고 등장하니 시공을 초월한 구전의 생명력에 고개가 숙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