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가 보는 요즘 청소년 그리고 관심병사

등록 2014.09.11 15:52수정 2014.09.12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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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청소년 특별면 '너아니'에 실렸습니다. '너아니'는 청소년의 글을 가감없이 싣습니다. [편집자말]
'꼰대'라 그럴까? 요즘 학교와 청소년들을 보면 참 걱정이다. 꼰대의 처지에서 보는 요즘 청소년들의 특징이 몇 가지 있다. 그 특징으로 생긴 걱정은 마음을 무겁게만 한다.

먼저 우리 청소년들은 말을 잘 듣는다. 착하다.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겠지만, 대부분의 청소년은 참 착하다. 그런데 어찌 보면 청소년이란 시기는 반항도 하고 조금 엇나가기도 하며 약간의 일탈을 경험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다.

좋게 얘기하면 착하다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억눌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정답이 하나일 수 있을까? 세상이 제시하고 부모가 바라는 그 길만이 절대 선인 것처럼 강요한다. 그것을 벗어나면 죄악이니 현실에 철저히 따르고 순응하게끔 길든 모습이 착하다고 표현될 수도 있다.

다름이 있고 설사 당장 그것이 틀렸다 하더라도 표현하고 부딪히고 반항하고 표출하는 것이 청소년기의 특권이다. 그럼에도 우리 청소년들에게 그 특권을 너무나 어렸을 때부터 빼앗아 버려 그 착함 속에는 억눌림이 가려져 있는 듯하다.

두 번째 청소년들의 특징도 그와 연관되어, 요즘 청소년들은 표현에 서툴다는 것이다. 친구와 카톡은 끊임없이 주고받지만 자기 생각을 정리해 말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힌다. 스피치에 너무 약하다. 스피치를 못하면 결국 소통이 안 되는 것이다.

왜 그럴까? 그것은 어느 순간부터 말하기, 표현하기가 중단되었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말하기가 중요하지 않게 된 것이다. 자기 생각이 의미 없어진 것이다. 우리가 청소년이란 시기에 그들에게 가장 원 없이 제공해야 할 공간은 거침없이 자기 생각을 펼치고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간일 텐데 조금씩 성장하면서 그 공간이 사라진 것이다.

세 번째 특징은 바로 자존감이다. 세상 어느 부모가 자신의 자녀가 자존감이 떨어진 아이이길 바랄까? 그런데 청소년들을 지켜보면 이 자존감의 차이가 너무 크다. 사실 공부를 잘하고 학교에서 인정받는 아이들은 자존감에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많은 청소년은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스스로 인정하지도 않고 또한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조차도 인정해주지 않는다.


자존감이 높은 아이들은 표정부터 다르다. 성적도 중요하지만 적어도 성적으로만 아이들의 가치와 인격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인생을 결정짓는 것은 성적보다 청소년기의 자존감임에도 우리 가정과 학교는 아이들의 자존감을 끊임없이 갉아 먹기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어떤 학자가 이런 말을 했다. 가장 허약한 인류가 이렇게 문명을 이루며 지구의 최강자가 되는 결정적인 이유가 인간에게는 '감탄'이라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이다. 인간은 태어나서 1년이 되도록까지 혼자서 걷지도 못한다. 다른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날기까지 한다. 그에 비하면 인간은 참 나약하고 미약한 존재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감탄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었다는 것이다. 1년 만에 혼자 한 발짝만 떼도 손뼉을 치고 소리를 지르고, 어눌한 발음으로 아빠 비슷하게만 말해도 천재라면서 세상 모든 부모는 난리를 치며 진정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다. 인간은 누구나 감탄 받으며 성장하고 그 감탄으로 인해 스스로 대단한 존재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자. 요즘 세상 누구나 할 것 없이 아이가 4살이 되고 5살이 되면 그 감탄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하지 마라, 넌 왜 그러니, 틀렸다, 멍청하다, 바보다, 못됐다, 아이들에게 감탄과 정반대의 감정들을 줄기차게 주입하게 된다. 그러고는 부모가 생각하는 것을 아이에게 강요하고 꿈마저도 부모의 것이 전달되는 것이다.

상상해보라. 어릴 때 그 감탄이 이어지고 우리 아이들이 그 감탄 속에서 자라며 자신의 꿈을 그릴 수 있는 가정과 그런 학교에서 공부한다면 그 아이의 현재는 늘 행복할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학부모는 아이가 초등학교만 들어가도 감탄하지 않는다. 오히려 비난과 힐난한다. 소통할 사람은 사라지고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자신을 표현하지 않는다. 현실에 순응하지만 억눌린 감정은 가슴속에 쌓이기만 한다. 학교에서는 공부와 성적에 의해 대부분이 열등과 낙오의 현실인식으로 자존감이 떨어져만 간다. 억눌려 있고 소통이 자유롭지 않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긍정의 에너지가 없고 어느 순간 분노가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청소년들을 만들고 있다. 왜 군대에 관심병사가 늘었느냐고? 지극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문제는 말 그대로 청소년은 우리의 미래라는 것이다. 미래가 걱정이 되는 건 단순한 기우일까?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이혁 필통 편집장 입니다. 이 글은 경남 진주 청소년신문 필통의 기사입니다.
#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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