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분쟁지역전문PD.
이희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현지시각) 이슬람 급진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 국가'(아래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전면 공습을 결정한 가운데, IS가 세 번째 인질인 영국인 구호요원인 데이비드 헤인즈(44)를 참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한 달 새 미국인 기자 2명의 잇따른 참수로 오바마 대통령이 공습이라는 '초강경 카드'를 꺼냈음에도 IS가 14일(한국시각) "영국과 미국의 동맹이 영국인들을 피비린내 나는 또 다른 전쟁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영상을 공개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영국 캐머런 총리가 각각 성명을 통해 인질 참수를 "악마의 행동". "야만적 살인" 등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무장단체 IS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약 15년간 내전 지역을 취재한 김영미 분쟁지역전문 PD(현 <시사인> 국제문제편집위원)는 "알 아사드 시리아 정권의 몰락이나 또 다른 무장단체의 등장 등 변수가 많아 단순 예측은 어렵다"면서도 "민간인 사상자가 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군을 이용하는 공습을 하려면 정확한 적의 근거지 정보가 있어야 하는데 시리아는 내전중이라 그렇지 못하다"며 "미국 군대의 엄청난 화력, 촘촘하게 모여 사는 시리아의 구조를 생각할 때 굉장히 사상자가 많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미국은 37개국과 아랍연맹이 IS 격퇴 전략을 지지했다고 밝혔으며 현재 한국 정부도 여기 속해 있는 상태다.
이렇듯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IS에 대해, 김 PD는 "지금까지의 이슬람 무장단체들과 다르게,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유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번 참수를 시행한 영국 조직원이 아랍 계통 이민 2세였듯 (조직 내) 이민자가 많다, 왜 그렇게 국가 건설에 연연해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이민자들의 설움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추측했다.
미국 정부는 당초 IS 규모를 1만2000여 명으로 파악했으나, 최근 미 중앙정보국(CIA)은 예상치의 1.5배 이상인 최대 3만1500명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영국·중국·호주 등 다국적 젊은이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김 PD에 따르면 또 다른 다국적 인질 50여명도 비밀감옥에 갇혀있어, 언제까지 희생자가 나오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김 PD는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 벌써 3년 반이다, 상황을 이렇게까지 방치한 국제사회도 책임이 있다"며 "초기 독재 정권과 반군 세력 간 중재에 나섰다면 이렇게까지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군수 산업이 발전한 만큼 평화나 중재의 기술도 발전했어야 하는데 그걸 너무 게을리 했다"고 꼬집었다.
한편 CNN은 IS 반군으로 활동하다 최근 이라크 정부군에 체포된 한 조직원의 말을 인용, 조직원 중 한국인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PD는 페이스북을 통해 "현재 취재 중인데, 제가 알고 있는 정보로는 (한국인 조직원이 있을) 확률이 반반"이라며 "정말 한국인 IS대원이 나올까 걱정이다, 시리아가 이제 지옥인데 어떻게 이 끔찍한 일을 멈출 수 있을까요…"라고 썼다.
다음은 지난 12일 김영미 분쟁지역전문 PD와 나눈 일문일답.
"모여 사는 시리아인... 공습하면 민간인 사상자 많아"- 미국이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공습을 결정했다. 그것도 '전면적 공습'인데."시리아의 경우 제한적인 공습이 불가능하다. 공습을 위해서는 굉장히 정확한 정보가 필요한데, 시리아는 현재 내전 상황이라 건물 지형도 그렇고 촘촘한 정보를 제공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더구나 공습은 공중에서 대지로 바로 쏘는 것이고 미국의 화력이 엄청난데, 시리아 같은 경우는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해 사람들이 모여 산다. 이렇듯 모여 사는 곳에 공습을 하게 되면 굉장히 사상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 IS는 도대체 어떤 단체이고, 왜 이런 비인도적 범죄를 저지르는지 궁금하다. "IS는 이슬람 국가 건설이 최종 목표다. 그러나 지금껏 이슬람 무장 단체들의 목표는 조직을 세우는 거지 나라 건설까진 아니었다. IS 같은 경우는 새로운 유형인데, 왜 그렇게 국가에 대해 연연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진 게 없다. 추측하건대 아마 이민자의 설움을 받지 않았을까. 지난번 참수를 집행한 영국인 조직원도 아랍 계통 이민 2세였다. 주로 콤플렉스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 보니 대화나 타협하기보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또 IS 조직원들은 대다수가 젊은이로, 나이가 많아야 24세 정도다. 영국인 백인 여자도 있다. 이들이 조직에 합류하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아마 그 사람의 가장 약한 부분을 치고 들어오는 게 아닐까. 특히 이런 테러 발생 시기가 2008년께 나타난 전 세계 경제위기와 맞물린다. 아마 다수 실업상태일 젊은이들에게 책임 있는 자리를 맡기고, 그 자신이 억압받는 원인을 서방 사회의 병폐로 설명하지 않았을까 싶다."
- IS의 규모나 근거지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나. "규모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랍 세계에 하도 많은 단체가 생기다 보니, 이들은 주로 외국인들을 상대로 조직원을 모집한다. 미국 정부에 따르면 IS 규모는 약 1만2천 명으로, 여기에는 영국인 5백여 명이 있다고 한다. 거기에다 중국 위구르족, 러시아와 호주 등 다국적 인들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미국인으로 시리아에 간 사람들을 파악한 게 그 정도고, 실제로는 더 많을 것이다. 신원 파악을 일일이 다 하기는 힘들다.
IS가 시리아 내에 몇 군데 점령한 곳이 있는데, 특히 '라카'라는 곳이 IS의 수도라고도 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여권을 발행하고 은행, 세무서 등을 따로 운영할 만큼 국가의 형태를 갖춰가는 상황이다. 듣기로는 시리아 정부보다 훨씬 작은데 세금이 싸고 뇌물을 받지 않는 등 합리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사려는 정책이 아닌가 싶다."
- 미국도 자국민 보호란 명분으로 공습에 나섰는데, 최선의 해법이라고 보나. "시리아 내전이 진행된 게 벌써 3년 반이다. 국제 사회도 이걸 방치했다는 점에서 책임이 있다. 그 때문에 내전의 여파가 세계 곳곳에 미치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도 금방 급박하게 다가오는 거다. 그 당시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수많은 시리아 시민들이 모스크(이슬람교 사원) 앞에서 올리브 가지를 들고 독재에 항거하던 모습이 똑똑히 기억에 남는다.
2011년 초 처음 내전 발발 당시는 정말 순수한 반독재투쟁이었는데, 지금은 수많은 반군 단체들로 양상이 복잡해졌다. 그들도 3년 반 동안 20만여 명이 죽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을 거다. 군수산업 등 현대문명이 발전하는 만큼 평화와 중재의 기술도 발전했어야 하는데 그걸 게을리했다. 지금은 UN과 평화유지군이 있어도 국제적 이해관계에 얽매여 역할을 못 하지만, 전 인류적 화합을 이끄는 국제기구들이 발전하면 다음 세대는 더 낫지 않을까."
"초기에 국제사회 중재 나섰어야... 시리아 내전 더 길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