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로 난장판 만든 설훈"설훈 의원 발언을 '막말'로 맹렬히 비판한 <조선일보> 9월 13일자 4면에 게재된 기자칼럼. 보통의 기자칼럼과 달리 '시론' 수준의 분량으로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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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뿐 아니다. '국회 정상화 논의 모임, 막말로 난장판 만든 설훈'이란 제목의 <기자칼럼>을 통해서는 노골적으로 설 의원을 비판하고 있다. 칼럼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분된다.
첫 부분은 12일 설 의원이 한 발언을 중심으로 한 사실에 기반한 기술이다. 다만 이날 회의를 지켜본 관계자의 "설 의원이 국회 정상화를 논의하려는 게 아니라 회의를 깨려고 작심한 듯 보였다"는 발언을 인용하고 있다.
두 번째 부분은 설 의원의 과거행적을 기술한 대목이다. 설 의원의 '발언 파문'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대목이다. <조선>은 설 의원이 지난 해 10월에는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언급하며 "대선 불복이 아니라 더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발언했고,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엔 '이회창 후보의 20만달러 수수설' 발언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피선거권이 박탈된 전력도 있다고 전했다.
마지막 부분은 해당 칼럼을 쓴 기자의 주관적인 평가글이다. 기자는 "설 의원 유(類)의 발언은 대개 지지층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얄팍한 계산에 따른 경우가 많다"고 평가절하한 뒤 "상대를 향해 막말하고 조롱하면 같은 진영에선 박수가 쏟아지기 마련이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상대를 향해 내뱉지만 결국 돌고 돌아 내 뒤통수를 치는 게 막말이다"고 끝을 맺고 있다.
기자칼럼의 제목과 칼럼 본문에 수 차례 등장하는 설 의원의 '막말' 대목과 관련된 본질적 질문 하나. 도대체 설 의원의 발언 중 무슨 대목이 '막말'이라는 것인가. 칼럼의 그 어느 부분에서도 설 의원의 '이 대목'이 막말이라는 정의를 찾을 수 없다.
"설 의원 같은 그런 발언"... 왜 지금 터져 나왔나정리해본다. 앞서 살펴본 김무성 대표와 <조선일보>의 비판에는 특징이 있다. 어느 대목이 '막말'인지 정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막말로 규정한 뒤 강력히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김 대표는 "설 의원 같은 그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규정하듯 말했다. <조선>도 제목과 칼럼 단어는 '막말'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하나 무슨 발언이 막말인지는 딱히 지적하지 못하고 있다.
김 대표와 비판한 언론이 설명해주기를 바란다. 비판 지점이 모호하면 비판하는 배경을 의심하게 되기 때문이다. 배경을 의심하게 하는 또 다른 대목은 야당 의원의 입에서 '박 대통령 7시간' 발언이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 동안에는 '막말'로 규정하지 않다가 이번에는 기다렸다는 듯이 새누리당과 <조선>이 나서는 형국인 것이다.
현재 정기국회 기간인 점에 눈길이 간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특권은 '면책특권'이다. 국회 기간 중 대정부질의 시 무슨 말을 해도 체포되지 않는 헌법상 권리다. 다수당은 아니나 과반에 조금 못 미치는 많은 의석을 야당은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대정부질의에서 '박근혜 7시간 미스터리'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질문을 총리와 장관을 향해 던질 지 궁금하던 차였다.
설 의원의 발언이 바로 이 무렵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과 <조선>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고 '막말'이라며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공격하고 나섰다. 정기국회 시즌인 점, 사과를 요구하며 나선 주체가 청와대가 아닌 여의도 정치를 책임지는 집권여당 대표라는 점, '막말'이라며 맹렬하게 비판하는 보수언론 등 삼박자를 종합해 보면 향후에 비슷한 도발이 나오지 못하도록 제어하는 '예방적 차원'의 공격이라는 인상이 짙다.
목적이 진정 그러하든, 그러하지 않든 결과적으로는 야당의 입을 봉쇄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듯 싶다. 이에 야당이 초반에 제대로 된 대응을 내놓지 못한다면 다른 보수언론에서 '그런 발언은 하면 안 된다'며 '막말'로 규정하는 사설, 칼럼으로 엄호사격을 가할 것이 예상된다.
야당의 대응이 궁금하다. 헌법상 권리를 활용한 '7시간 미스터리'에 관한 적절한 지적과 질문과 때로는 폭로가 나올 수 있을지. 아니면 초반 공세에 맥 없이 무너져서 민생과 경제에 집중된 질문만 던지고 말 것인지. 국회가 정상화된다는 뉴스와 함께 공이 울리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곧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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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훈 의원 '막말' 발언... <조선> 비판 의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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