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주최 측 추산 100여 명의 학생이 집회에 참석한 가운데, 학생 대표의 연설이 이어졌다.
고동완
비대위가 행동에 나서게 된 발단은 학생들과 협의 없이 진행된 '열람실 철거'였다. 지난 7월 3일 국민대는 종합복지관의 열람실을 철거한 후 도서관 지하 2층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을 발표하고, 그 자리에 평생교육원 강의실을 조성했다.
그뿐 아니라 8월 4일엔 경상관에 있던 경상대를 학생 대표와 사전 의논 없이 국제관 A동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혀와 경상대의 반발은 물론이고, 학생은 통보만 받아야 하느냐는 학생 사회 여론이 대두됐다.
15일 낮 12시 국민대 민주광장에서 열린 비대위 주최 집회에선 대학의 민주주의가 갈 길을 잃었다는 성토가 이어졌다. 비대위가 학교에 내건 요구 사항은 크게 학생들 의견 수렴과 설득 없이 통보된 공간 이전 계획의 백지화, 학생 대표가 요구하는 의사소통 체제의 적극 수용이었다.
집회의 첫 연사로 나선 경상대 부학생회장 민승기씨는 "경상대 이전과 관련한 어디에도 학생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8월 4일 통보를 받은 이후 학교와 한 달여간 소통을 시도했으나 입씨름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간 배정의 이유도 명확한 설명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문과대 회장 김다은씨는 "무진장 정의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4학년 막 학기지만 하루아침에 '방 빼라'라는 통보에 정말 화가 나 행동에 나서게 됐다"며 "우리는 학원처럼 돈 내고 다니는 수강생에 불과한 것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집회가 열리는 무렵 비대위 학생 대표 3인은 국민대와 협상을 진행한 끝에 학생 의견을 수렴할 때까지 경상대의 이전을 유보하고, 열람실과 학회실 등 학생 자치 공간의 경우 이전 등 논의 사항이 있을 때 학생 대표들과 필수로 협의해나가겠다는 답을 학교로부터 얻어냈다. 그러나 열람실 철거 및 이전이 이미 완료되는 등 의사 결정을 둘러싼 내홍은 쉽게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대학의 주인은 누구?... 학생 목소리 없는 공식 기구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국민대뿐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고려대는 공간 배정에 대해 학생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공식적인 기구가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정보통신대 동아리방이 일부 철거됐으며, 학생 테니스코트도 신규 건물의 착공을 이유로 사라졌다.
이에 고려대 총학생회는 "학생 자치 공간은 학교의 일방적인 공간 계획에 따라 결정되고서 통보된 것에 좌우돼 왔다"며 "이는 학교에 대한 학생의 불신과 불만을 키워왔다"고 밝히면서 공간관리위원회에 학생 대표자를 참여시켜 학생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고려대 공간관리위원회에는 교무부총장으로 하는 위원회장을 비롯해 위원 6인 모두 교직원으로, 학생 의중이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