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법, 이기는 협상전략

새정치민주연합 협상 실패의 근본이유

등록 2014.09.22 11:34수정 2014.09.2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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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사물을 접할 때 흔히 나타나는, 이른바 '대조효과(the contrast principle)'라는 게 있다.

쉽게 설명해서 나중에 제시된 사물이나 상황이 처음에 제시된 것과 다소 큰 차이를 보인다면, 우리는 나중의 것과 처음에 제시된 것과의 차이를 실제보다 훨씬 크게 인식한다는 것이다.

먼저 가벼운 물체를 들어보고 난 후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경우, 처음부터 무거운 물체를 드는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매우 아름답고 청초한 여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본 후, 갑자기 자기 여자 친구나 와이프의 외모가 별로라고 느껴지게 된다면, 이와 비슷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물리학에서도 간혹 이와 같은 실험을 할 때가 있다. 한손은 찬 물에, 또 다른 한손은 뜨거운 물에 얼마 동안 담그고 있다가, 동시에 두 손을 그 중간정도 온도의 물에 집어넣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같은 물속이지만 한쪽 손은 따뜻함을 느끼고, 다른 한 쪽은 차가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동일한 사물이나 현상이라 하더라도, 그 이전에 어떤 사건이 발생했는가에 따라 상황은 전혀 다르게 인식된다는 얘기다.

실생활에서는 어떠한가. 예를 들어 어떤 고객이 양복 판매점을 방문하여 정장과 벨트를 사려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정장의 가격은 100만 원이고 벨트는 10만 원이다. 이럴 경우, 보통 유능한 점포 매니저들은 먼저 비싼 정장부터 고객들에게 보여주라고 판매원들에게 사전교육을 시킨다. 왜 그럴까?

매출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그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더 비싼 양복에 돈을 많이 지출했기 때문에, 허리띠를 사는 데는 약간 망설이게 될 거라 예상하는 게 보통이지만, 현실은 반대로 나타난다. 처음부터 10만 원의 벨트를 먼저 권하게 되면, 고객은 "그렇게 비싼가?"라는 반응을 아마도 보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양복 구입에 100만 원의 지출을 결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벨트가격 10만 원은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부동산 중계업자가 시세보다 비싼 가격의 형편없는 집을 먼저 보여준다던가, 자동차 딜러가 새 차에 대한 가격흥정이 끝난 후에야 옵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등, 우리 주변에 이와 같은 사례들은 비일비재한 편이다.


모두 다 '대조효과'를 활용한 판매·마케팅 전략이다. 또 다른 재미난 예를 한 번 살펴보자. 미국의 어느 여대생이 자신의 부모에게 쓴 편지이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집을 떠나 학교에 온 후로 자주 연락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오늘 편지에 상세하게 들려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이 편지를 읽으시기 전에 반드시  편안한 자세로 앉으세요. 아셨죠? 반드시 앉아서 읽으셔야 합니다.

자, 그럼 시작할까요? 저는 지금 모든 것이 편안합니다. 이곳 기숙사에 입주하자마자 불이 나서 저는 창문에서 뛰어내리다가 골절상과 뇌진탕의 부상을 입었지만 이제는 거의 다 나아 괜찮습니다. 병원에는 단지 2주일 동안만 입원해 있었어요. 이제는 하루에 한 차례씩 두통에 시달리는 것 말고는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다행히 저의 기숙사에 불이 난 것과 제가 불을 피해 창문에서 뛰어내린 것을 기숙사 근처의 주유소 직원이 목격을 하고 저를 위해 증언을 해 주어서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사람은 화재를 발견하고 소방서에 연락했을 뿐 아니라 구급차를 불러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답니다.

더군다나 그는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저를 위문차 찾아와서 기숙사가 불이 나서 갈 데가 없다면 그의 아파트에서 함께 지내도 좋다고 저를 초대하는 호의까지 보여 주었습니다. 사실 그의 아파트라는 것이 지하실의 단칸방에 불과했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요.

그는 매우 훌륭한 청년이어서 우리는 금방 서로 사랑에 빠졌고 장래를 약속했답니다. 아직 구체적인 결혼 날짜를 잡은 것은 아니지만 조금 있으면 제 배가 더욱 불러져서 보기 싫어지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입니다.

놀라셨죠? 그래요. 저는 임신을 했답니다. 저희가 아직 결혼 날짜를 정하지 못한 것은 뭐,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질병이 아직 완치되지 못했고 저도 그 병에 전염되었기 때문이에요.

그이는 비록 고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했고, 우리와 인종과 종교가 다르기는 하지만 부모님의 하해 같은 이해심을 생각하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엄마, 아빠 이제 정말로 제 근황을 말씀드릴께요>

사실은 기숙사에 불이 난 적도 없으며 골절상과 뇌진탕으로 입원한 적도 없어요. 게다가 남자 친구도 없고 동거한 적도 없으며, 따라서 임신도 하지 않았지요. 물론, 병에 걸리지도 않았구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미국사 과목에서 'D'학점을, 그리고 화학에서는 'F'학점을 받았다는 거죠( ㅠㅠ !! ). 매우 유감스러운 성적이지만 제가 건강히 학교를 잘 다니고 있으니 별 걱정은 하지 마세요.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샤론 드림
- 로버트 치알디니 <설득의 심리학> 프롤로그 중.

곧이곧대로, 형편없는 학점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와 한 번 비교를 해보라. 이 여학생의 부모는 편지를 읽고 나서, "그까짓 학점이 대수야!"라며 아마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을 것이다.

포전인옥( 抛塼引玉. 抛:던질 포, 塼:벽돌 전, 引:끌 인, 玉:구슬 옥).

작자미상의 중국 고대 병법인 '삼십육계'의 17번째 계책으로, 공전계( 攻戰計 : 자신을 알고 적을 안 다음 계책을 모의하여 적을 공격하는 전략)에 해당하는 전략이다. '벽돌을 던져서 옥을 얻다'라는 뜻으로, 여기에서 벽돌은 미끼이고, 옥은 승리를 의미한다.

 세월호 특별법 여,야 및 유족안 차이점
세월호 특별법 여,야 및 유족안 차이점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세월호 특별법 협상. 수사권과 기소권에 대해 유가족들은 처음부터 분명한 입장을 보인 반면,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기소권 부분에 대해 매우 애매한 자세로 임했다. '이기는 협상전략'의 기본을 모르고 시작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했을까?

애초에 새정치연합은 유가족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서 수사권과 기소권은 물론이거니와, 새누리당이 난리를 칠 만한 한 단계 더 높은 요구를 했어야 했다. 예를 들면, 수사권·기소권과 더불어 재판권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새누리당뿐만 아니라, 조중동을 비롯한 수많은 언론들이 "그건 너무 과한 것 아니야?"라며 일제히 야단법석을 쳤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몇 차례 서로 부딪치면서 '재판권'을 여야 간 최대 쟁점으로 만든다. 그리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진이 빠질 때까지 그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다가, 이미 수사권과 기소권은 당연한 전제가 되는 상황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 후, 마지못해 통 크게 새누리당에게 양보한다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재판권을 포기하게 되면, 포전인옥'의 계책이 비로소 완성 되는 것.

그랬으면, 재판권이라는(혹은, 다른 어떤 다소 무리한 요구라도 상관없다 ) 미끼는 버리더라도, 애초의 목표인 수사권, 기소권은 충분히 획득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뭔가를 얻으려면 반드시 먼저 작은 대가를 치르거나, 일부는 양보해야 하는 법. 그런데 새정연은 전혀 협상이라고는 해본 적 없는 초짜들처럼, 처음부터 포기하고 들어가는 어설픈 모습을 보였다. 시간이 흐른 후 나중에라도,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지 그 과정이 낱낱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래야 똑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 아닌가?

새로 선출된 문희상 비대위원장이 과연 어떤 방안들을 제시할지, 국민 모두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만약 박영선 대표와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한다면, 그 때는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 된다.

새정연은 지금부터라도 모든 지혜를 짜내고, 배수진의 각오로 임한다는 자세로 세월호 특별법 협상에 나서야 한다. 국민과 지지자들을 이제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
#세월호 특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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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경기도의회 의원 (전) 제19대 대선 문재인 후보 국토균형발전 특별보좌관 (전) 제 19대 대선 더불어민주당 호남신성장동력 특별위원회 위원장 (현)호남신성장 포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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