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 환갑 위해 적금까지 부었지만, 결국...

[공모- 잔치 어디까지 해 봤나요] 형제들에게는 가슴 아팠던 아버지의 환갑

등록 2014.10.01 16:42수정 2014.10.0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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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은 우리 가족에게는 잊을 수 없는 해이다. 건강하시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그것도 환갑을 한 해 남겨놓은 생신에 돌아가셨으니 어머니를 비롯해 삼형제에게는 엄청난 슬픔을 안겨준 해였다.


부모님은 두 분이 모두 같은 해 태어나셨다. 어머니의 생신이 조금 더 빨랐다. 그래서 두 분의 환갑은 아버지에 맞춰서 계획이 되었고, 삼형제는 매 달 얼마씩 적금을 부어 환갑에 쓸 경비를 모으기 시작했다. 모아진 경비로는 당시 시골의 분위기에 맞춰 동네 어른들에게 식사대접을 하고, 아버지 형제들과 함께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올 계획이었다. 자식들이 다 커서 가정을 꾸리고도 가족여행을 제대로 한 번도 같이 간 적이 없었는데 부모님 환갑이 그 구실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고는 이런 가족들의 기대와 희망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엄청난 슬픔과 회한으로 남게 되었다. 1년 후에 어머니의 환갑이 다가왔고, 그동안 모아진 비용이 꽤 컸지만, 이미 쓸 곳이 없어져 버린 후였다. 그 해 부모님의 환갑은 삼형제에게는 굉장히 슬프고 아픈 날이 되었다. 그 후로 우리 가족은 한 동안 가족행사 한 번 변변하게 할 수 없었다.

여행 안 가시다는 어머니, 이런 불효 또 있을까

아버지의 사고 후 10년이 지나 어느덧 어머니의 칠순이 다가왔다. 그 사이에 나는 어미니 품에 두 명의 손주를 안겨드렸는데, 아버지 살아 생전에 손주를 안겨드리지 못한 것에 대해 큰 후회를 해야 했다. 어머니의 칠순은 며느리들의 몫이 되었고, 아들들은 옆에서 바람을 잡는 것으로 구두 합의가 되었다.

그래서 10년 전에 미뤄두었던 가족여행을 어머니 칠순을 맞아 실행하기로 했다. 이제 삼형제가 모두 2세를 낳아서 가정을 제대로 꾸렸고, 큰 손주들은 곧 중고등학교에 가야 하는 시점이어서 가족여행을 가기에도 딱 좋다.


그런데 어머니의 대답은 '안간다!'였다. 아버지 살아생전에도 못간 가족여행을 이제와서 갈 필요가 있겠냐는 것이었다. 조용히 가족들 저녁이나 먹자고 하시는데, 어머니의 마음은 충분이 이해가 가면서도 자식으로서는 여간 아쉬운 것이 아니었다. 어머니 살아생전에 자식이 모시고 여행 한 번 못 가 보다니 이런 불효가 또 있을까? 그 해 어머니의 칠순은 조용하게 지나갔고, 10년 전 환갑과 오버랩 되면서 아들인 나의 마음은 무척 아팠다. 

요즘은 시골에서도 환갑이나 칠순에 동네 떠들썩하게 잔치를 하는 집이 많지 않은 듯하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가족들만의 기념일로 그 의미가 많이 바뀐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부모님의 크고 작은 기념일을 제대로 차려보지 못한 내게는 한 번만이라도 제대로 차려보고 싶은 그런 날이 바로 부모님 환갑이었다. '살아계실 때 잘해야지, 나중에는 다 소용없다'는 말이 참 아프게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잔치, 어디까지 해 봤나요' 응모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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