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봉누리길
유혜준
"우와, 대추 알 정말 굵다!"
상감천 마을이었다. 대추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대추는 알이 엄청나게 굵었다. 어린아이 주먹만 했다. 가지가 휠 정도로 대추들이 잔뜩 매달렸다.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9월의 마지막 날, 고봉누리길을 걸었다. 전날, 흠뻑 내린 비 덕분인지 하늘은 아주 말갛게 갰고, 공기는 신선했으며, 길은 촉촉하게 젖었다. 가을을 머금은 바람은 아주 상큼했다. 이런 날 걸으면 발걸음이 저절로 가벼워졌다.
고봉누리길은 안곡초등학교에서 출발해 안곡습지공원, 고봉산, 금정굴, 황룡산을 지나고 용강서원을 거쳐 상감천 마을에 이르는 길로 전체길이는 6.72 km다. 예상 소요시간은 2시간 30분. 코스 길이가 짧은데도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2시간 30분이나 되는 것은 고봉산과 황룡산을 거쳐 가기 때문이다. 숲이 우거진 고봉산, 황룡산 숲길은 걸을 때마다 "길이 너무 좋다"는 감탄이 저절로 나오는 길이다.
이날, 우리는 상감천 마을에서 출발했다. 고봉누리길을 걸을 때마다 안곡초등학교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길을 거꾸로 걸어보기로 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