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교육 운동 외길 30년, 그가 소설을 쓴 이유

[인터뷰] 김홍정 전교조 공주지회장... "기층 민중 이야기 다룰 것"

등록 2014.10.07 11:24수정 2014.10.0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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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신이 살아온 삶을 이야기로 쓰면 소설책 10권이 넘는다는 말을 한다. 김홍정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공주지회장도 그렇다. 그는 30년 가까이 전교조를 중심으로 지역사회에서 교육운동과 시민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공주에서 태어나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교편을 잡았다. 지금도 공주여고에서 제자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계간 '문학사랑'에서 소설부문 신인작품상을 수상한 바 있고, 최근 삶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 겨울의 외출>이란 소설집도 출간했다. 지난 1일 오후 6시 30분, 공주여고에서 김홍정 선생을 만났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요지이다.

a  <그 겨울의 외출> 출판 기념 북 콘서트가 지난 9월 26일 열렸다. 공주민협과 공주대 희망나비동아리, 전교조 공주지회 공동 주관하여 공주대산학협력관 강당에서 진행됐다. 250여 명의 지역주민이 참가했다.

<그 겨울의 외출> 출판 기념 북 콘서트가 지난 9월 26일 열렸다. 공주민협과 공주대 희망나비동아리, 전교조 공주지회 공동 주관하여 공주대산학협력관 강당에서 진행됐다. 250여 명의 지역주민이 참가했다. ⓒ 송영옥


"한국사회는 조잡한 천민적 권력과 자본이 결합"

- 공주지역 교육운동과 시민운동은 어떻게 시작했나요?
"공주는 공주사대와 공주교대에서 많은 교사를 배출했지만, 진보 운동을 하는 이가 근무할 분위기는 아니었지요. 지난 1986년을 전후로 김창태(초대 전교조 충남지부 사무국장) 선생이 중심이 되어 교사운동이 태동하다가 강한 제재를 받고 전보된 바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제가 1987년 공주에 부임했고, 기존의 뜻있는 선생님들과 공주·조치원의 평교사 모임을 주도했습니다. 이후 그 범위를 점차 확장했습니다. 공주교사협의회를 준비했지요. 특히 김성태 선생님(현 연산중학교 교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교련탈퇴운동이 호응을 얻으며 급속히 인원이 증가했습니다. 그 결과 109명으로 시작된 교사협의회가 출범했고, 초대회장을 맞게 되었지요. 당시 지역의 분위기로 본다면 획기적인 일이었습니다. 교육 당국으로부터 상당한 억압과 감시를 받았습니다.

이후 격동기로 치달았어요. 교사협의회 출범 1년이 안 됐던 1989년, 140여 명으로 늘었던 회원들이 전교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23명으로 줄었습니다. 초대 지회장을 맡게 된 이후 징계과정을 거치며 조직이 와해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해직교사인 김성수, 정양희 선생이 지역으로 오면서 상근체제가 형성됐고, 기존 회원들을 중심으로 해직교사 후원사업과 전교조 탄압저지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그렇게 자연스레 지역의 진보 인사들과 연대하여 함께 활동 하게 됐습니다. 민교협 충남지부, 전농 충남도연맹, 한겨레시민모임과 정선원 선생이 주도한 시민문화운동 모임 등이 결합했습니다. 공주지역 초기 시민운동의 발판을 다졌죠."

- 연대를 강조하는 이유라도 있나요?
"오랫동안 교육노동운동과 시민운동을 병행했지만 개인이나 특정단체만으로는 권력과의 지루한 싸움을 견줄 힘이 부족합니다. 국가권력과 기업의 결합은 조잡한 천민적 전형성을 지녔습니다. 여기에 대처해야 합니다. 그러니 시민 의식은 늘 서로 힘을 부추기며 깨어 있어야 합니다.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나가려면 지역적 연대와 단위 사업장의 연대가 필요합니다.


결국 연대는 부족한 힘을 메우기 위한 자생적 결단입니다. 부족한 농민의 힘을 시민들이 채우고, 노동자의 아픔을 인근 사업장의 노동자들이 채우고, 교사·공무원들이 여기에 결합하여 또 채우면 결국 지역의 실제적 힘이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공주지역에서 우금티 기념사업, 6·25 살구쟁이 희생자 발굴사업이나 쌀시장 개방 저지운동, 시내버스 정상화 싸움, 상수도 문제 등이 이런 활동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a  지난 1일, 공주여고 교무실에서 김홍정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1일, 공주여고 교무실에서 김홍정 선생을 만날 수 있었다. ⓒ 송영옥


- 공주에서 시민운동은 왜 어렵다고 말하나요?
"공주의 보수적 전통은 매우 뿌리가 깊습니다. 조선조 이후 성리학적 사고가 공주의 중심 기반이었습니다. 계룡산을 중심으로 회덕과 연산에 노론의 중심이 있었고, 노성에는 소론과 노론의 격한 대립도 있었어요. 또한 도학 중심의 사상가들이 계룡에 모여 살았으니, 모두 공주목이 관할하는 곳이었지요.


결국 공주는 조선 성리학, 특히 기호학파들의 근거지였다고 볼 수 있지요. 그래서 공주를 양반 고을이라 했습니다. 실제 이들은 동학군의 진압을 위해 유림의병에 가담했습니다. 이인 구암리 검바위에서 동학군을 토벌했다는 기록이 있지요. 동학을 새로운 개혁운동으로 본다면 이를 부정하는 보수의 결집체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영향이 지금까지 공주에서의 시민운동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상 야당적 기질도 다분합니다. 사림은 권력 지향적인 면도 있지만 절대권력을 부정하는 면도 있었습니다. 공주에서 야당 의원들이 당선하는 것도 그런 면모가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지요. 물론 현 야당을 진보의 일부로 본다면 말입니다."

"세월호 남아 있는 사람들의 몫이다"

- 아이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세월호를 본다면?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의 심정은 사건이 벌어졌을 때보다 더 참담합니다. 도저히 상식선에서 이해가 되지 않아요. 아이들이나 선생들은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략적 접근에 대한 실망입니다. 정권을 쥔 이들은 국격이란 말을 자주 써요. 그들이야말로 국격이 무엇인지 정말 모르는 이들입니다. 국격은 국민이 주인이란 인식을 지니고 그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국가의 주인이 세월호로 인해 엄청난 충격과 슬픔을 얻었습니다. 그 상처를 빨리 치유해야 합니다. 원인을 밝히고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국민적 차원에서 대승적으로 화해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잘못이 있었던 것을 누구도 부인 못합니다.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것이라 의심합니다. 왜지요? 처음부터 속였기 때문입니다. 구하고 있다? 안 구했거든요. 여기 있는 사람 모두 책임지게 하겠다? 말뿐이었어요. 언제든지 만나서 얘기를 듣겠다? 안 만나거든요. 그러니 믿지 못하지요.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국가 경제에 지장이 있다 말합니다. 누구를 위한 경제입니까?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분들이 부끄러움을 알아야지요.

단원고 교감 선생님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립니다. 저와 동문이기도 한데 윤리교사 출신이었습니다. 고통스러웠을 것입니다. 그분이 구한 목숨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극단적 선택을 했어요. 너무 아프지요. 살아남은 이에 대한 배려가 있었다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모두에게 이미 상처가 깊을 대로 깊어져서 치유가 더 어려워 졌습니다. 남은 이들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늘 안전사고에 노출되어 있어요. 안전해야 합니다. 즉각적인 대응조치가 준비된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a  삶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기록인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

삶의 중심에서 치열하게 살고자 했던 사람들의 기록인 소설집 ‘그 겨울의 외출’ ⓒ 김종술

- <그 겨울의 외출>이란 책을 최근에 내놓았다. 어떤 내용인가?

"지역에서 자신의 일을 고민하며 열심히 살고자 했던 이들의 기록이자 사랑 이야기입니다. 소설 속에는 저의 삶의 파편들이 조금씩은 도사리고 있습니다. 당당하지 못해서 우울하고 지치고, 사랑을 통해 다시 힘을 얻어 치유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려 노력했습니다.

전교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함께 하는 선배가 있어요. 정년이 다 되어 사모님과 소 키우는 일을 하는데 덜컥 구제역 파동이 일어났어요. 축사를 돌아보고 오다가 문득 울컥했습니다. '이렇게 힘든 것이 우리네 삶이구나'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추홍 노인의 하루'가 나온 것이지요. 그분의 삶은 계기고 나머지는 허구입니다. 앞으로 좀 더 노력해서 좋은 소설을 쓰려 합니다. 기층 민중으로 사는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우리 주변에서 찾아 쓸 계획입니다."
#김홍정 #그 겨루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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