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에게 던지듯 과일 주기도"
압구정 아파트 경비원의 '분신'

전신에 3도 화상 입고 의식 불명... 동료 경비원들 "입주민 폭언에 좌절"

등록 2014.10.10 21:40수정 2014.10.1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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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수정 : 11일 오후 4시 35분]

"입주자에게 모욕적 발언 들어..." 분신 시도한 경비노동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남긴 뒤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입주자에게 모욕적 발언 들어..." 분신 시도한 경비노동자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남긴 뒤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씨(사진, 53)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세워져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동료제공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 경비노동자가 입주민과의 언쟁 끝에 유서를 남긴 뒤 분신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발생했다.

10일 민주노총 서울일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 7일 오전 9시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S아파트 단지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 이아무개(53)씨가 단지 내 노상주차장에 있던 차량 안에서 몸에 시너를 뿌리고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분신 시도 직후 차량에 화재가 난 것으로 착각한 한 입주민이 인근 119에 신고를 했고, 나중에야 분신 사실을 안 다른 경비원들이 소화기를 들고 와 이씨 몸에 붙은 불을 껐다.

전신 60%가량에 3도 화상을 입은 이씨는 현재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의식이 없고 피부가 녹고 있는 등 여전히 불안정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문안을 다녀온 동료 경비노동자들에 따르면 이씨는 호흡기로 숨을 쉬고 있으며 의사소통도 불가능한 상황이다.

동료 경비원들은 이씨가 평소 한 70대 여성 입주민에게 인격모독적인 발언을 들어왔다고 증언했다. 평소 동료들에게 일상적으로 "그 분 때문에 너무 힘이 든다"고 말하며 좌절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선기 민주노총 서울본부 대외협력국장은 "평소 아랫사람을 부리는 듯한 모욕적인 발언과 태도 탓에 경비원 중 누구도 그 근무지를 가기 싫어했다"며 "다른 경비원 또한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었다고 한다, 죽음으로서 그 억울함을 표출하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씨는 분신에 앞서 이면지에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을 해당 근무지로 임명한 관리자를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먼저 세상 떠나니 나를 찾지 마요"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분신을 시도하기 전 남긴 유서 형식의 글 이씨는 분신에 앞서 이면지에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을 해당 근무지로 임명한 관리자를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먼저 세상 떠나니 나를 찾지 마요"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씨가 분신을 시도하기 전 남긴 유서 형식의 글이씨는 분신에 앞서 이면지에 유서 형태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여기에는 자신을 해당 근무지로 임명한 관리자를 원망하는 내용과 함께, "여보 이 세상 당신만을 사랑해, 먼저 세상 떠나니 나를 찾지 마요"라며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동료제공

해당 경비노동자들을 돕는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윤지영 변호사는 "이씨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낙엽 쓸어라', '화분 치워라'는 등 사소한 일들을 늘 시켰고, 과일을 먹으라며 동물원 동물에게 던지듯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이들은 일상적인 비난을 듣지만 해고될까 두려워 제대로 항의조차 못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 경비원들이 포함된 감시·단속직 근로자들은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의 사각지대에 속한 대표적 예로 꼽힌다. 24시간 격일 교대 근무 등으로 육체적 피로가 크지만 산업재해 인정을 받기도 어렵다. 올해 4월초에는 서울 서초구 S아파트에서 근무 중이던 경비원이 과도한 업무 후 뇌출혈로 숨지기도 했다(관련기사:"사람이 죽었는데... 너무 조용하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경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현행 최저임금의 90%까지만 지급하도록 한 제도를 내년부터 100%까지 지급하도록 개선했다. 그러나 일부 현장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경비노동자들이 올해 말까지만 근무하도록 근로계약서를 다시 쓰는 등 '꼼수'를 부려 집단 해고를 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김 국장은 이런 문제가 해당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 국장은 "경비노동자들은 해고 위기를 가장 크게 느끼는 직종으로, 아파트 측이 마음에 안 들면 아예 업체를 바꿔버리기도 한다"며 "동료들이 증언을 한 데다 사람이 죽기 직전까지 갔으니 (입주민 측에도) 도의적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조만간 입주민들을 만나 대화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압구정 경비노동자 #경비노동자 분신 #감시단속직 근로자 #경비노동자 죽음 #취약 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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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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