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출구전략 발표하는 이석우 공동대표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발생한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대한 수사당국의 검열 논란에 대해 공식 사과한 뒤 향후 보완책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이날 이 공동대표는 "감청 영장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밝혔다.
유성호
[2신 대체: 13일 오후 8시 34분]"다음카카오는 앞으로 감청 영장에 응하지 않겠다."
다음카카오가 결국 극약 처방을 내놨다. '사이버 검열' 논란을 부른 '통신제한조치(감청)' 영장을 모두 거부하기로 한 것이다.
다음카카오는 13일 오후 6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주 전 다음카카오 출범 행사 때와 달리 초췌해진 모습으로 단상에 선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본인의 안이한 인식과 미숙한 대처로 사용자에게 불안과 혼란을 끼쳐서 대단히 송구하다"며 고개 숙여 사과했다.
이 대표는 "이런 잘못을 다시 하지 않기 위해 법과 프라이버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프라이버시를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며 감청 영장 거부 방침을 밝혔다.
"7일부터 감청 영장 불응... 법적 책임은 내가 지겠다" 우선 이번 기자회견의 도화선이 된 수사기관 감청 영장에 대해 "지난 7일부터 집행에 응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에도 응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압수수색 영장 집행 과정에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보보호자문위원회를 꾸려 최소한의 정보가 제공되도록 절차와 현황을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 8일 약속한 서버 저장 기간 단축과 대화 내용을 암호화하는 '프라이버시 모드' 연내 도입도 거듭 확인하고, 첫 '투명성 보고서'도 올해 연말까지 발표하기로 했다.
감청 영장을 거부할 경우 공무집행 방해가 적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이 대표는 "(감청 영장 거부가) 실정법 위반이라면 대표이사인 내가 최종 결정했기에 벌은 달게 받겠다"면서 "개인적인 각오라기보다는 다음카카오 내부에서 충분히 논의한 결과에 따른 결정"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이는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이날 대법원 판례를 들어 카카오톡 메시지와 같이 서버에 저장된 결과물은 '감청'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다음카카오 역시 "애초에 감청이 불가능한 카톡에 대해 법원에서 통신제한조치를 허가한 것부터 잘못된 것"이라며 법적 논란 여지가 있음을 인정했다.
다만 이 대표는 "감청 관련해서는 법 해석 여지가 있겠지만 그런 논란을 뒤로 하고 프라이버시 보호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며 법 내용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피했다.
다음카카오는 애초 앞으로 대화 내용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감청 요청 자체를 부인해왔다. 하지만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과 교수가 지난 7일 2012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 피의자의 감청 집행 조서를 공개하자, 지난 8일 뒤늦게 사실을 인정하고 2013년 이후 감청 영장 요청이 147건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다만 과거 자료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일반 영장으로 대화 내용을 청구할 경우 거의 대부분 메시지가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는 상태"라면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현재 2~3일 대화 내용만 남아 효과적으로 영장에 응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프라이버시 모드'를 사용하는 경우 서버 보관 메시지조차 암호화돼 우리도 풀 수 없고 실질적으로 대화 내용을 가져갈 수 없다"고 사실상 자료 제공이 불가능하다고만 밝혔다.
역시 전병헌 의원이 제기한 실시간 패킷 감청 논란에 대해선 "패킷 감청을 하려면 감청 장비가 우리 서버에 접속해야 하는데 현재는 감청 장비가 우리 시스템에 없고 앞으로도 설치할 계획이 없다"면서 "패킷 감청은 없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또 카카오 법무팀이 압수수색 영장 요청을 받고 대화 내용을 선별해 제공했다는 jTBC 보도에 대해서도 "영장 청구가 있을 경우 관련 자료를 우리가 선별할 수도, 하지도 않는 시스템을 갖고 있어 영장에 기재된 기간 동안 서버에 남은 내용만 제공해 왔다"며 거듭 부인했다.
수사기관이 법원 허가를 받아 요청하는 통신사실확인자료에 대해 다음카카오는 "(법원 허가를 받지 않는) 통신자료는 지난 2012년 11월 이후로 제공을 중단한 상태고 통신사실확인자료는 통비법 의무에 따라 3개월간 로그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면서 계속 제공할 계획임을 밝혔다.
감청 영장을 비롯한 사이버 검열 논란과 관련해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에서 조만간 입장을 발표하는 등 다른 인터넷서비스업체들과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장기적으로 어느 한 서비스, 한 업체의 문제가 아니기에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과 상의하고 프라이버시 보호 관련해서 법 제도가 미흡한 부분이 있는지는 정부든 국회든 많은 기관과 지혜를 모아서 해결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서비스 수치 약간 하락... 프라이버시 전담 조직 만들어" 사이버 검열 사태 확산에 따른 부담도 털어놨다. 이번 사태 이후 사용자 이탈 현황에 대해 이 대표는 "외부 통계나 내부 서비스 수치는 약간 하락했지만 어떤 이유로 하락했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최근 일련의 사태로 탈퇴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상태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8일 사과 공지문이 카카오톡 특유의 발랄한 문체여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데 대해서도 "사태를 결코 가볍게 여기거나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작성한 건 아니었다"면서 "인터넷업계의 감성에 맞춘다고 했는데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에 진지하지 못한 태도로 보인 건 사과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직원들도 카카오톡 프라이버시 문제를 관심 있게 보고 있고 일부 우려하는 마음도 갖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프라이버시만을 고민하는 조직을 새로 만들었고 최세훈 공동대표가 맡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행사 시작을 2시간 남짓 앞둔 오후 4시쯤 카카오톡과 이메일로 기자들에게 갑자기 전달됐다. 이 때문에 다음날(14일)로 다가온 다음카카오 신주 상장을 앞두고 악화된 여론 무마에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마침 이날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서 열린 미래부 국정감사에서도 카카오톡 검열이 최대 화두였다.
특히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카카오톡이 '가카의톡'이 됐고 가카(대통령 각하)가 카카오톡을 죽였다는 얘기가 나돈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양희 미래부 장관은 "처음 들었다"면서 "카카오톡 가입자가 외국회사로 이전하는 건 이쪽을 포기하고 간다고 보긴 어렵고 양쪽을 다 의지한다고 보지만 이런 현상은 안타깝다"고 밝혔다.
이석우 대표는 오는 16일 국회 법사위 서울지검 국감에 김인성 전 교수 등과 참고인으로 출석해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해 답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