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이 불우이웃 돕기 현장에서 사진찍고, 기념일에 찾아가 인사하고 빈둥빈둥 논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뽑아 놨도 그놈이 그놈이다 소리가 나오는 직업이 국회의원인 세상이다.
그런 국회의원들이 정신을 바짝차리고 일하는 시즌이 도래했다. 바로 국정감사 시즌인데 그간 정부 기관이 감춰뒀던 비밀도 낱낱이 공개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증세없는 복지라는 공약 아닌 공약을 내걸었던 박근혜 정부의 계획은 이미 알려진 바와 같이 서민을 쥐어짜는 데 집중하게 된 경우가 됐다. 정부는 말한다, 국민을 위해서라고.
이 뻔하디 뻔한 한마디에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계층은 또 한 번 좌절하고 있다. 이번에는 전파법이다.
미래창조과학부라는 허울좋은 기관에 따르면 12월 4일부터는 구매대행으로 휴대폰, 스마트TV 등을 구매하면 최고 3300만 원 인증비용을 내야 한다. 미래부는 12월부터 시행되는 개정안에 '누구든지 적합성평가를 받지 아니한 방송통신기자재 등의 판매를 중개하거나 구매 대행 또는 수입 대행을 해서는 아니 된다'(제58조 2의 10항)는 조항을 신설했다. 쉽게 말해 해외 직구로 물건을 구매하는 '알뜰족'을 겨냥한 법안이다.
스마트폰을 국내에 들여오려면 시험비용 3300만 원에 수수료 16만5000원을 더해 총 3316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TV는 시험비용 150만 원에 수수료 5만5000원이 소요돼 총 155만50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전임 현오석 부총리가 지난 3월 국내 소비자 부담 경감을 위해 해외구매 활성화를 발표한 이래 박근혜 정부의 총예를 받고 있는 미래부가 내던진 과감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자. 우리가 보던 TV 주요 프로그램을 살펴보자. VJ특공대, 생생정보통 등 일반 서민과 가까웠던 방송프로그램들이 앞다투어 다루었던 주제가 바로 해외직구다. 같은 제품이라도 해외에서 들여오는 경우가 훨씬 저렴했기 때문에 이른바 똑똑한 구매로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이끌었다.
하지만 해외직구는 더이상 찾아보기 힘든 하나의 포맷이 될 전망이다. 해외직구로 저렴하게 구입하세요라는 광고는 소비자들을 그리고 구매대행업자들을 3300만 원 정도의 여윳돈이 있는 진짜 부자로 만들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때아닌 전파법 개정안이 웬말인가? 애초에 이러한 법안은 해외직구를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파고들어야 정상이다. 같은 제품을 국내에서 더욱 비싸게 사는 현실 그리고 한푼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서민의 편에 서서 바라볼 문제라는 말이다.
이미 국내 유력 포털사이트에서도 이러한 제품들의 가격비교 서비스가 연동이 되면서 가격비교가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시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개정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정책은 늘 자신들이 얘기했던 원안으로 추진된다. 1년에 몇 번 없는 국회의원들의 밥값하는 시즌(국정감사)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잊혀지기 때문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을 보면서 혹자들은 얘기한다. '이러다 숨쉬는 것도 세금 내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금에서야 떠오르는 영화 속 명대사가 있다. 영화 <군도>에 나왔던 대사인데 지금의 현실에 빗대어 표현하면 '뭉치면 빨갱이고 흩어지면 호구'되는 세상이 우리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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