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연구학교교육과 배움으로 바른 문화를 만들기 원하는 이들이 10월 9일 한글날에 모여 교육문화연구학교를 시작했다.
이명구
백성을 향한 이순신의 '충'영화 <명량>의 한 장면을 살펴보자. 백의종군했던 이순신이 삼도수군통제사에 복귀해 병력을 모으려고 할 때, 임금은 수군을 해체하고 육군으로 합류하라고 명령한다.
이순신은 아직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 있다며 끝까지 싸우겠다고 편지를 보낸다. 이를 본 이순신의 아들 이회는 "왜 이렇게까지 임금에게 충성하느냐"고 묻는다. 이순신은 "나의 충은 백성을 향한 충"이라고 답한다. 제대로 된 충은 백성을 향한 것이고, 왕에게 충을 바치는 것은 백성을 책임지는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백성을 책임지는 존재인 왕이 그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신하가 왕에게 '충'하는 것. 여기서 '위민'과 '충'은 맞닿아 있다.
그런데 우리 현실에서 '충'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단어로 느껴진다. 최 대표는 이를 '충'의 개념이 왜곡됐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현대에 숭상되고 있는 가치는 민주주의, 자유, 개인 존중의 사상입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충의 사상은 이러한 가치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지지요. 또 우리는 일제강점기 천황을 숭배하도록 충을 강요받았습니다. 36년간 잘못된 충이 충이라는 이름으로 요구되는 현실을 너무 오랜 세월 겪었습니다. 그때 입은 내상이 아직도 낫지 않았을 겁니다.그리고 일제 식민지의 상처가 치유되지 못한 채 독재 시대를 보냈습니다.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잡혀가고 끌려갔습니다. 일제강점기와 독재정권에 충을 바쳤던 친일파의 후예들은 지금도 친근하게 충을 이야기하지만, 진보적인 사람들은 충에 대해 강한 거부감이 있습니다. 충의 개념이 왜곡됐기 때문입니다. 충이 긍정적으로 수용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지요."최 대표는 한자에 담긴 의미를 통해 충(忠)의 개념을 설명했다. 충(忠)은 중(中)과 심(心)이 만나서 이룬 글자다. 중(中)은 '가운데'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안과 밖을 관통하는 모양새이며, 하늘과 땅을 잇는다. '중'은 단순히 시간적인 가운데나 공간적인 가운데를 말하는 게 아니다. '안과 밖의 일관된 본질' 혹은 '삼라만상의 가운데, 중심'을 의미한다.
심(心)은 인간의 염통 모양을 본 떠 만든 글자로, 마음·정서·생각·느낌·정을 포괄하며 인간 존재의 '가운데'이다. 최 대표는 "'충'은 우리 정신, 마음, 가운데와 우주 세계 삼라만상의 중심이 딱 만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즉 중을 향한 집중, 중(본질)에 마음을 쏟고 거기에 마음을 두는 것, 이것이 충이다. 이러한 충을 지속적으로 성실히 해 가는 것이 또한 '충성(忠誠)'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