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008년 5월 29일 오후 중국 산둥성 칭다오 숙소인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산둥성 진출 우리 기업인 초청 리셉션에서 자원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조 원.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혈세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에도 22조 원 가량을 낭비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전순옥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 자원 개발에 앞장섰던 에너지 공기업(석유공사·가스공사·광물자원공사) 3사의 성적표를 공개했다. 이들 공기업은 지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총 69개 사업에 약 26조984억 원을 투입했다. 그러나 회수율은 14.06%, 즉 3조 6698억 원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전 의원은 전체 사업의 87%에 달하는 60개 사업이 '비유망자산'에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비유망자산은 이미 실패해서 철수·종료했거나 사업성이 전혀 없어서 매각조차 못하는 사업, 투자비 회수율이 10%도 안 돼 철수가 불가피한 사업을 이른다. 전 의원에 따르면, 이 같은 '비유망사업'에 투자된 금액만 18조 원에 달한다. 이들 사업 회수율은 평균 1.8%였다. 결국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사업은 총체적인 실패로 귀결됐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달 19일 열린 새누리당 경제혁신특위의 '공기업 개혁 공청회' 때도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에너지 공기업들은 2008년 이후 추진한 사업에서 모두 큰 적자를 기록했다.
새누리당은 이 공청회에서 "석유공사는 1999년 이전에 추진한 사업에서는 순수익을 거둘 것으로 평가됐으나 2008년 이후 추진 사업, 특히 M&A 사업에서는 23억1800만 달러(약 2조4628억 원)의 손실을 기록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가스공사 역시 1999년 이전에 추진된 LNG 도입 연계사업에서는 20억100만 달러(약 2조1260억 원)의 큰 수익이 났으나 2008년 이후 추진된 가스전 개발사업에서 큰 손실을 봤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낙제점'을 면치 못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는 오는 21,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국정감사에서 혹독한 질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석탄공사와 광물자원공사는 21일, 석유공사와 가스공사는 23일 국감을 앞두고 있다.
특히 급속도로 증가한 이들의 막대한 부채를 사실상 국민의 혈세로 메울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미 야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을 대상으로 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도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2013~2014 국정감사 자료, 2014년 10월 감사원 공공기관 경영관리실태 보고 등을 참조해 이명박 정부 시기 대표적인 자원외교 실패 사례를 정리했다.
[한국석유공사] 캐나다 '날' 헐값 매각 손해만 2조5000억 원 추정
한국석유공사 '자원외교'의 대표적 실패작은 캐나다 하베스트 인수다. 석유공사는 지난 2009년 캐나다 유전개발업체 하베스트사를 인수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47%나 얹어줬다. 당시 하베스트사 이사회의 요구대로 정유 부문 자회사인 '날'까지 함께 인수했다. 총 4조4958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거래였다. 이 거래에 포함된 '날'의 매입금만 1조3439억 원이었다.
지나치게 높은 값을 쳐줬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베스트사는 2009년 상반기에만 2341억 원의 순손실을 냈고 1조 원의 부채를 지고 있었다. 과도한 부채에 경영난을 겪고 있는 '적자 기업'을 석유공사가 덜컥 큰 돈을 내고 산 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지난 2011년 <2012년도 공공기관 정부지원 예산안 평가> 자료에서 "한국석유공사는 경제성 평가 결과가 상대적으로 낮은데도 불구하고 캐나다 하베스트사 M&A를 추진했다"라고 지적했다.
우려는 곧장 현실화됐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날은 지난 2010~2012년까지 10억 3900만 캐나다 달러, 약 9800억 원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석유공사는 5년 만에 날을 헐값에 팔았다. 석유공사는 지난달 5일 '날'을 미국계 상업은행에 매각했다. 양측 합의로 세부 계약조건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각 대금 규모는 900억 원 정도에 그쳤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석유공사의 매입가에 10분의 1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날'을 팔아버린 셈이다.
매입·매각에 따른 단순 손실액만 하더라도 1조 원에 달한다. 여기에 그동안 날이 낸 적자를 감안하면, 석유공사의 손실액은 눈덩이처럼 커진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13일 "(날의) 매각대금을 최대 1000억 원으로 가정하고, 최초 인수금액과 부채를 더할 경우 매각 손실은 2조 5000억 원에 달한다"라고 추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