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기업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 때의 모습.
청년유니온
청년유니온 조합원 A는 한 레스토랑에서 근로계약서 한 장 쓰지 못하고 서빙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월급 통장 내역을 자세히 보다가 주휴수당을 못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장님께 연락을 드렸다. 돌아온 대답은 "우리는 대기업이 아니라서 그런 거 안 줘"였다. 물론 이 황당한 답변은 노동관계법령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을 수 없다.
비록 근로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지만 근무기록과 통장내역을 다 가지고 있었던 A는 관련된 자료를 들고 노동상담을 받았다. 게다가 A는 사장님과의 전화 내용까지 녹취로 남겨놓은 치밀한 알바였다. 청년유니온에서는 자료에 근거한 체불임금 산정내역을 조합원의 손에 쥐어주었고, A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고용노동부에 찾아갔다. 그리고 진정을 제기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A는 자신의 권리를 되찾을 수 있었다.
일해서 돈을 받는 사람도 자신의 권리에 대해 잘 알아야겠지만, 돈을 주는 사람 역시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노동관계법령에 나와 있는 사용자의 의무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장님은 찾아보기 힘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은 사업주의 창의적인 답변을 듣는 2단계 관문을 거쳐야 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시급에 주휴수당이 포함되어 있다', '청소년이라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 '지각을 많이 해서 주휴수당을 줄 수 없다'는 등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한 사업주의 창의적 답변들을 전해 듣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러나 이런 블랙코미디쯤이야 얼마든지 참아줄 수 있으니, 사업주를 위한 노동법 교육이나 제대로 자리 잡히길 바란다.
[3단계] 사장의 부당해고에 맞서는 방법
또 다른 청년유니온 조합원 B는 고급 일식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주휴수당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 "주휴수당? 너 손님들한테 팁 받은 게 주휴수당보다 훨씬 많다"라는 대답을 들었다. 고급 일식집이라 비싼 양복을 입은 손님들이 알바에게 팁을 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사장님 입장에서는 '팁도 받아놓고 주휴수당 타령을 해?'라고 괘씸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손님들에게 받은 팁은 임금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주휴수당 미지급에 대한 변명이 될 수는 없다. 그럼에도 사장님은 당당했다. 그리고 조합원 B는 마지막 달의 월급도 받지 못한 채 해고를 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B는 꼼꼼히 근무기록을 챙겨놓았고, 그 자료를 토대로 노동상담을 받았다. 그리고 사업주에게 임금체불에 관한 내용증명을 보내서 체불된 임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고, 다행히도 월급과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에서 기억에 남는 명장면이 있다. 정 상궁이 "어찌 홍시라 생각하느냐?" 묻자 "홍시 맛이 났는데 어찌 홍시라 생각했느냐 하시면… 그냥 홍시 맛이 나서 홍시라 생각한 것이온데…"라고 장금이가 대답하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보니 노동상담을 통해 만난 청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하느냐?" 묻는 사장님에게 "법에 나와 있어서 주휴수당을 달라고 하는 것인데 어찌 주휴수당을 달라 하느냐 물으시면… 그건 그냥 법에 보장된 권리인데…". 그저 법에 나와 있어서 달라고 했다가 '내일부터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는 청년들의 슬픈 일상이 바뀔 날을 손꼽아 기다려본다.
노동의 대가는 청년에게도 정당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