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벨리 유스페이스앞 야외공연장서 걸그룹 공연 도중 발생한 환풍구 추락사고로, 추락한 25명과 환풍구 부근에 있던 2명중에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당했다. 구급대원들이 지하로 추락한 사상자들을 넓은 곳으로 옮긴 뒤 돌보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제공
지난 17일 판교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환풍구가 죽음의 낭떠러지가 되었다는 사실에,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사고가 계속되는 것에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사고에 대해 개인을 비난하는 인터넷 댓글들이 난무하고, 보수언론은 유가족이 4일 만에 장례와 보상에 합의한 것을 두고 '성숙한 유가족'이라며 칭찬하고 있다. 그들은 이번 사고를 진상규명 특별법 쟁취를 위해 오랜 시간 싸우고 있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비난하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가지 반응은 공통적으로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외면하고 개인의 책임과 보상문제로 관심을 돌려 문제의 총체적 해결을 가로막는 근시안적 발상에서 비롯한다.
세 가지 사고 원인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첫 번째로 지목되는 것은 무게를 버티지 못하는 환풍구의 문제다. 예컨대 국토교통부령의 '건축물의 설비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 환풍구의 재질에 대한 내용은 없다. 관련 고시에는 제곱미터(㎡)당 100킬로그램의 무게를 견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르더라도 이번 사고는 막기 힘들었다. 판교 환풍구 면적이 15제곱미터여서 1.5톤의 하중을 견딘다고 해도, 사고 당일 올라간 40여 명의 무게를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환풍구 철재 덮개 부실공사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환풍구 둘레 안전펜스 설치 등의 규정은 어디에도 없다. 환풍구 높이가 낮아서 아무나 올라갈 수 있었다는 것도 문제다. 국토교통부령 규칙에는 배기구가 도로면으로부터 2m 이상으로 설치해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물론 평상시에 이러한 환풍구에 사람들이 일부러 올라가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사고와 같은 경우에 야외 공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몰리면 어디든 보기 좋은 곳을 찾기 마련이고 이를 예상할 수도 있었다. 이번 사건 이후 많이 보도된 것처럼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시설이나 상가, 거리 등에는 아예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게 만들어진 프랑스나 영국과 같은 환풍시설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과 사회단체에서 높이를 아예 5m 이상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두 번째는 현장의 안전대책이 없었다는 문제다. 천여 명이 모이는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의 안전을 위한 안전통제 요원이 없었고, 사전에 소방서 등에 의한 시설안전 점검도 되지 않았다. 경찰 역시 사전에 철수하여 공연 중에는 현장에 없었다. 환풍구 근처에 위험 표시도 설치되지 않았다. 애초에 공연기획사는 환풍구 쪽에 무대를 설치하고자 했지만 주관사인 이데일리 측에서 이를 바꿔 환풍구 주변이 관람석이 되어버린 것도 문제다.
세 번째는 안전규제가 완화되어 왔다는 문제다. 진선미 의원에 따르면 원래 '지역축제장 안전매뉴얼'에는 "공연장 이외의 장소에서 국가, 지자체, 민간단체 등이 주최하는 지역축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적용한다"고 되어 있었다. 하지만 올해 3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에 따라 이 안전관리 규정을 '최대 관람객수가 3000명이상의 지역축제'에만 적용하도록 바꿨다는 것이다. 그래서 안전요원 배치나 안전통제선 설치 등이 강제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결국 시스템 상으로 충분히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법·제도와 대책, 안전시설 등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개인이 조심할 필요도 있지만, 인간인 이상 불가피하게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최소화하도록 사회가 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세월호 유가족들을 비교하는 정치적 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