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농은 농작물을 한 식구처럼 정성껏 돌본다"

생태귀농학교 서정홍 시인, 경남고용포럼 집담회에서 강조

등록 2014.10.29 17:22수정 2014.10.29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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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농(大農)'을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10여년 전 합천 황매산 기슭 나무실마을로 귀농(歸農)했던 경남생태귀농학교 설립자 서정홍 시인은 "소농(小農)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29일 경남고용포럼에 따르면, 서정홍 시인은 하루 전날 창원대에서 열린 "귀농 일자리, 도시 실업의 탈출구인가"라는 제목의 집담회에서 발제했다. 서 시인은 소농이 사람과 자연을 살리는 마지막 희망이라 강조했다.

"소농이 왜 중요하냐"는 물음에, 그는 "우리 겨레는 수천년 동안 소농 중심으로 살아왔고, 사람과 자연을 해치는 화학농약과 화학비료, 비닐 따위를 쓰지 않았다"며 "지금처럼 기름 값만큼이나 비싼 생수를 사 먹지 않았고, 식구들이 먹고 눈 똥오줌조차 거름으로 만들어 흙으로 돌려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농은 자기가 심은 농작물을 눈만 뜨면 만나는 한 식구처럼 정성껏 돌보았다"며 "사람도 자주 만나지 않으면 마음이 멀어지듯 농작물도 똑같다고 여기면 된다"고 덧붙였다.

 경남고용포럼은 28일 귀농 10여년째인 서정홍 시인을 초청해 28일 창원대에서 "귀농 일자리, 도시 실업의 탈출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집담회를 열었다.
경남고용포럼은 28일 귀농 10여년째인 서정홍 시인을 초청해 28일 창원대에서 "귀농 일자리, 도시 실업의 탈출구인가”라는 제목으로 집담회를 열었다.경남도민일보

땅심 이야기도 했다. 그는 "소농은 농작물을 자라게 할 수 있는 땅심이 살아나고, 어떤 생물에 대하여 해로운 적이 되는 천적이 생겨 병해충을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며 "여러 가지 농작물을 돌려가며 짓고(윤작), 같은 땅에 두 가지 이상 농작물을 섞어 지으면(혼작) 저절로 땅심이 살아나고 천적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서 시인은 "소농은 생산한 농작물이 거의 지역 안에서 소비가 이루어지므로 지역경제를 살리고 식량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소농은 믿을 수 있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한 식구처럼 지내기 때문에 이윤만을 추구할 수 없으니 믿음 하나로 맺어진 작은 공동체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농산물 값은 다소 싸지 않다. 이에 대해 서정홍 시인은 "소농은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농산물 값이 싸지 않다"며 "그러나 조금 비싼 값을 주고 농산물을 샀다 하더라도, 속아서 샀다는 생각이 들지 않고 늘 고맙다는 생각이 들어 머리가 절로 숙여질 것이며, 정성과 혼이 깃들어 있기에 '비싼 값'이라기 보다 '정당한 값'이라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소농을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그는 "도시에서 사는 가족이 소농과 자매결연을 맺어 한 형제처럼 자주 찾아가서 일손을 거들고, 밥을 나누어 먹고, 생산한 농산물을 서로 나누는 것"이라며 "소농이 늘어나면 오염된 자연이 되살아 나고 자라나는 아이들과 모든 사람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 변화 등과 관련해, 그는 "지역마다 소농이 살아 있으면 폭설과 한파뿐만 아니라 홍수․가뭄 때라도, 농산물 가격 폭등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며 "폭설과 한파로 자동차나 비행기가 다니지 못하는데 어찌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이 서울로 갈 수 있겠느냐. 기상이변을 생각해서라도 소농을 살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용기있는 사람만이 살림살이 경제인 농촌으로"

서정홍 시인은 "용기있는 사람만이 '돈 경제'인 도시를 떠나 '살림살이 경제'인 농촌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그러나 농촌에도 사람이 사는 곳이라, 용기 하나만으로 모든 걸 이룰 수는 없고, 농촌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은 자연 속에서 흙을 일구며 정직하고 소박하게 살 계획을 자세하게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귀농·귀촌 정책에 대해, 그는 "귀농과 귀촌을 구분해서 귀농인은 적극 육성해야 하고, 귀촌인은 지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며 "20, 30대 귀농인에 대한 집중 육성책이 필요하고, 일본의 경우 젊은 귀농인에 대해 7년간 1억5000만 엔을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젊고 가난한 귀농인을 뺀 귀농인과 귀촌인에 대한 개별 지원책은 좀 더 연구가 필요하고, 자칫 잘못하면 국고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으며, 기존 농민의 저항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귀농처럼 보이는 귀촌인들이 지원을 독차지 할 수 있고, 귀촌인들은 담보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 은퇴귀농자의 경우 은퇴하기 2년 전에 농지를 구입할 경우 자금을 지원해주는 정책이 나왔는데, 이 정책은 귀농의 현실을 심하게 왜곡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어 "귀농인들은 땅값이 비싸서 농지를 못 구하는 게 현실"이라며 "여유가 있는 귀농인과 귀촌인에 대해서는 귀농지원 체계로 지원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서 시인은 "늘 정부의 귀농정책은 현장의 속도와 필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결국 많은 귀농귀촌인들은 실패를 맛보거나 소모될 수밖에 없었다"며 "지금이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기 위해서는 중앙 차원의 '귀농귀촌연구소'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어 그는 "중앙 차원의 귀농귀촌정책을 실행할 귀농귀촌중앙연구소가 필요하고, 청와대나 국무총리실 산하의 '귀농귀촌특별위원회' 설치가 필요하며, 도나 군 차원의 위원회가 구성되어 정책을 일관되게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귀농귀촌인들이 가진 생활협동조합·직거래장터·체험농장·요가·몸살림·컴퓨터·그림·글쓰기·숲해설 등의 재능을 농촌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하고, 건강시설과 쉼터·공원·도서관·의료시설 등을 갖추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시했다.

소농들의 2차 가공식품 생산·판매를 촉진해야 한다는 것. 그는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식품허가를 받아야만 하는데, 소농들은 대부분 가정에서 감잎차, 박하차, 감식초, 효소, 조청 등을 소량으로 생산하므로 까다로운 식품허가를 받기가 쉽지 않다"며 "이에 대한 대안과 정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정홍 시인은 "수천년 전부터 많은 철학자와 신학자, 시인들은 농부를 성직자 가운데 가장 훌륭한 성직자라고 했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지는 들꽃처럼 쓸쓸한 농부들의 손으로, 백성들의 머슴인 어진(?) 대통령을 먹여 살렸다. 똑똑한(?) 국회의원과 장관들과 도지사와 교육감과 판검사와 변호사와 의사와 교수와 박사와 학자와 재벌들까지 다 먹여 살렸다. 농부들은 돈을 벌려고 농사짓지 않는다. 돈이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도 농사를 짓는다. 사람을 살리는 땅이 농부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귀농귀촌 #서정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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