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진은 2002년 10월, 불안정노동철폐연대에 실린 것으로, SK-인사이트코리아 조합원이 제지를 당하고 있는 모습.
철폐연대
우려하던 파견법 폐해의 직격탄을 맞은 파견근로자들. 그들이 길거리로 내몰린 2000년 여름, 대기업 SK 물류센터에서 특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용역회사인 인사이트코리아 소속으로 SK 물류센터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 2000년 8월 SK와 인사이트코리아를 상대로 관할 지방노동사무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
그 내용은 인사이트코리아가 SK 물류센터에서 수행하는 도급 업무는 불법적인 근로자파견 사업에 해당하므로, (인사이트코리아는) 사업을 폐쇄하고 SK가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진정서를 접수한 관할 노동사무소가 사건을 조사한 결과, 인사이트코리아가 불법적으로 SK 물류센터에 근로자파견사업을 한 것이 인정되었다. 이에 SK에 대해서는 시정 지시를, 인사이트코리아에 대해서는 사업장 폐쇄 명령을 내렸다. 관할 노동사무소에서 밝혀낸 위장도급, 불법파견의 실상은 다음과 같다.
① 인사이트코리아는 SK의 자회사인 인플러스가 그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또 하나의 자회사로서, 형식상으로는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되어 왔지만 실질적으로는 SK 회사 내 한 부서와 같이 사실상 경영에 관한 결정권을 SK가 행사하여 왔다.② 인사이트코리아는 거의 전적으로 SK의 업무만을 도급받아 오면서, 그 소속 근로자 140여명을 전국에 소재한 11개의 SK 물류센터에서 근무하게 하였다. ③ SK는 물류센터에서 근로할 인원이 필요한 때에는 채용광고 등의 방법으로 대상자를 모집한 뒤 그 면접 과정에 SK 물류센터 소장과 관리과장 등이 인사이트코리아 이사와 함께 참석하여 채용자를 선발하였다. ④ SK는 인사이트코리아가 SK 물류센터에 보낸 근로자들에 대해 SK의 정식 직원과 구별하지 않고 업무 지시, 직무 교육 실시, 표창, 휴가 사용 승인 등 제반 인사 관리를 SK가 직접 시행하고, 조직도나 안전환경점검팀 구성표 등의 편성과 경조회 운영에서 아무런 차이를 두지 않았다.⑤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들의 업무 수행 능력을 SK가 직접 평가하고 임금 인상 수준도 SK의 정식 직원들에 대한 임금 인상과 연동하여 결정하였다.노동부의 시정 지시를 받은 SK는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던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근로자들을 계약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고 제의했다.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SK의 계약직 채용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4명의 근로자들은 (파견근로자와 마찬가지인) 비정규직인 계약직으로 채용되는 것을 거부했다. 이들은 파견법에 따라 2년 이상 사용한 자신들을 SK의 정규직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SK는 2000년 11월 1일 "계약직 채용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 일할 수 없다"며 위 4명의 사업장 출입을 막았다. 이에 4명의 근로자들은 '계약직 신규 채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SK가 자신들의 근로 제공을 거부한 행위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하였다.
이후 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 행정소송 1심 판결, 항소심 판결까지 승소와 패소를 반복하면서 2년 넘는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2003년 3월 14일 선고된 행정소송 항소심의 판결 결과는 1심 판결을 뒤집고,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다.
파견법 시행일인 1998년 7월 1일부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인 2000년 7월 1일부터 인사이트코리아 소속 4명의 근로자는 SK에 직접 고용된 관계에 있으므로, SK가 계약직 신규 채용에 동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들을 일하지 못하게 한 것은 '부당해고'라는 것.
대법원은 항소심 판결이 선고된 지 6개월여 만인 2003년 9월 23일 매우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상고심 판결을 선고하였다. 결론은 SK의 상고 기각이었다. 대기업 SK의 위장도급, 불법파견 위법행위에 맞서 불과 4명의 근로자들이 벌인 법적 싸움이 노동자의 승리로 막을 내린 것이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다윗의 승리였다.
SK-인사이트코리아 사건의 파장은 여전히 유효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