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햇볕을 받으며 잘 영글어 가고 있는 배추
오창균
"이제 농사가 뭔지 제대로 알 것 같네. 배추 큰 것 좀 봐."
배추 모종을 심은 지 한 달 만에 쑥쑥 큰 배추를 보며, 비결은 퇴비를 많이 주는 것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는 A씨. 그는 작년에 배추가 작은 것은 퇴비가 부족했다고 생각했다. 올해 그는 10평 정도의 배추밭에 가축의 분뇨와 톱밥으로 만든 축분퇴비 20kg 두 포대(40kg)를 밑거름으로 넣었다.
퇴비를 제조한 업체에서 배추농사에 권장하는 적정사용량은 300평 기준으로 최대 300kg이다. 10평의 배추밭에 10kg의 퇴비를 권장사용량으로 볼 때 3배를 초과했다. 흙의 영양상태를 감안하여 더 넣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너무 많은 퇴비를 사용한 것이다.
양날의 칼, 질소그렇다면 적정량을 훨씬 초과하여 퇴비를 사용할 경우 작물은 어떻게 될까? 양분을 축적해두고 필요한 만큼 사용하면 문제가 없을테지만, 작물은 양분을 조절하면서 섭취하지 못한다. 뿌리를 통해 물을 빨아들이면서 흡수되는 양분에 비례하여 작물의 성장 속도는 빨라지고 커지는 비만에 걸린 작물이 된다. 즉, 정상적인 생육과정을 벗어났기 때문에 영양장애와 병충해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많다.
사람을 비롯한 동물은 생명을 구성하는 데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질소를 직접 흡수하지 못한다. 식물만이 질소를 흡수하여 단백질을 만들어내며 먹이사슬 과정을 통해 모든 생명체는 단백질을 섭취하여 생명을 유지한다.
식물이 성장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질소는 공기와 흙 속의 자연 상태에서도 공급이 된다. 하지만 화학비료와 축분퇴비가 만들어지면서 작물의 성장을 빠르고 크게 하는 농업으로 바뀌면서 과잉 투입된 질소는 병충해를 불러오는 원인이 되었다. 병충해를 일으키는 생명체들도 질소를 영양분으로 생명유지를 하기 때문이다.
공기중의 질소를 화학적으로 고농축한 질소비료를 사용하는 관행농사에서 살균제, 살충제와 같은 독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질소를 많이 흡수한 작물은 빨리 성장하지만 병충해에 약하고, 질소가 과잉된 채소를 먹으면 몸에 질소화합물질을 남겨서 건강에도 좋지 않다. 또한 수질과 토양오염을 일으키는 환경파괴를 불러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