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름다운 시절' 등장인물들
김영숙
임진모 음악평론가의 말을 빌리면, 외국 음악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국산화로 빚어내는 데 공을 세운 주체는 다름 아닌 미군부대에서 활약한 뮤지션들이었고, 특히 미국 군사지원사령부가 들어선 부평은 다른 지역보다 많은 가수와 밴드들이 활동했고, 그 영향으로 대중가요의 다양화와 질적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부평은 한국 대중음악의 성장 거점이자 요지였다는 것이다.
전쟁의 아픔을 품고 삼능의 쪽방촌에 모여 살던 당시의 인물들은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을 잔잔한 음악 선율과 함께 120분 동안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전직 배우였던 클럽 댄서 다이애나와 그를 몰래 짝사랑하는 법대생 용국, 그의 학비를 벌기 위해 공장에 들어간 여동생 용미. 그리고 전쟁으로 부모를 잃고 큰어머니 댁에서 더부살이를 하며 음악으로 삶의 희망을 찾으려는 구두닦이 용생과 부평에서 음악을 꿈꾸는 청년들인 종현·주상·한경이라는 캐릭터가 희망을 잃지 않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애틋한 감정을 전달한다.
이들의 꿈과 사랑, 희망, 열정 등이 당시에 유행했던 냇 킹 콜의 'too young', 앨비스 프레슬리의 'hound dog'와 'burning love', 더 플래터스의 'only one' 등 추억의 명곡들과 잘 어우러져 보는 공연과 더불어 듣는 공연의 즐거움까지 선사해준다.
특히 그 당시 미8군 공연장 무대를 재현한 무대 의상과 사운드, 조명, 댄스는 장년층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노래를 모르더라도 신나는 음향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권호성 연출가는 "부평을 배경으로 1950~60년대에 살았던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았던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춰 보여주고 싶었다. 아마도 그 원동력은 꿈과 희망이 아니었을까"라며 "전쟁 이후의 문화적 불모지였던 그 시절에 부평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살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주연 배우들은 이구동성으로 살아보지 않던 시절을 연기해야겠기에 책과 얘기로 시대배경을 공부했고, 감정이입을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은 쌀쌀해지는 초겨울에 어울리는 공연이다. 따뜻한 이야기와 매혹적인 선율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 공연은 9일까지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열린다. 관람료는 전석 3만 5000원인데, 더욱 많은 관객이 볼 수 있게 다양한 할인혜택을 마련했다. (문의ㆍ50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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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음악의 뿌리, 1950년대 부평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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