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초 광주 망월동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일주일간 도보순례를 한 황기철 선생님
황기철
- 학생들에게 특별히 '손편지'를 제안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교사로서 생각할 때 안산의 학생들이 내 학생이 될 수도 있고 내 학생들이 안산의 학생들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학생들이 희생됐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괴로움이었습니다. 유가족들에게는 자식과 같은 또래 아이들의 엽서가 큰 위로가 될 것라고 생각했죠. 어른들의 백 마디보다 또래 학생들의 한 마디가 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고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자식 또래의 학생들이 '힘내세요' 이 한 마디 하는 게 부모 입장에서 더 큰 힘이 안 되겠습니까. 쓰기 싫은 학생들은 안 써도, 쓰려면 5분 10분이면 다 쓰는데, 우리 학생들이 해줄 거라 믿고 있습니다!"
- 노란색 엽서는 어떻게 구했나요? "전교조에 전화해 보니 엽서가 있더라고요. 화명촛불에 500장, 우리 학생들 300장, 그렇게 준비했죠."
-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 지금 학교 분위기는 어떤가요? 학교에 세월호 배지나 리본을 달고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됩니까?"없죠! 제가 일부러 (배지와 리본을) 사 가지고 나눠줬는데 안 달더라고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그렇다고 봐야죠. 별것 아닌 것 같아도 배지 달고 겉으로 드러내는 데 저어하는 게 있죠. (세월호 시국선언에 대해) 교육부에서 징계도 하고 경찰이 카톡도 검열하니 교사들도 자기검열을 하고 들어가는 거죠. 지금 풍토가 희한합니다. (기자님에게) 인터뷰 요청 전화 받았을 때도, 하도 세상이 뒤숭숭하니까 (나중에 문제가 될까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 있으면 해주시죠."이건(손편지 쓰기)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죠. 교육부, 교육청에서 해줘야 하는 일이죠. 학생들이 당한 일인데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위로해 줘야 하는 거죠. 옛날에 위문편지 쓰고 그렇게 안 했습니까. 그런 차원에서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앞장 설 일이죠. 처음에야 다 분개하지 않았습니까? 지금은 교사들이 쉬쉬거리는데 학생들이 어떻게 제대로 거기에 대해서 알고 생각할 수 있겠어요? 내가 가르치는 애들이 그 배를 탔을 수도 있는데도….
국민 전부가 가슴에 구멍 하나씩 뚫고 다니는 시대 아닙니까? 아무것도 되는 일이 없으니까! 사고가 났으면 반성을 하고 원인을 제대로 알려주고 해야지, 숨기기에 빠쁘니까. 입으로 약속하는 거야 뭐든 못해요? 말로야 하늘도 들었다 놨다 할 수도 있는 거죠.
환풍구 위에서 떨어져 죽고, 군대 가서 죽고, 월성원전에서 잠수사가 죽고,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현실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환풍구 사고로 10여 명이 죽었는데, 이제는 이 정도 죽음은 비극으로 못 느끼고 있다는 게 우리 사회의 큰 비극인 거죠. 이제는 한두 사람 죽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돼버렸으니…. 세월호 참사의 충격이 숫자에 무디게 만들어 버렸다는 게 너무나 큰 비극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