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방송사 티브로드, 증폭기 요금 주민에게 떠넘겼다"

주민들 "영업이익 위해 사용, 요금 내야"... 티브로드 "규정 따라 설치, 요금 못내"

등록 2014.11.08 18:03수정 2014.11.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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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양 경남 아너스빌 아파트에 설치 돼 있는 방송용 증폭기. 왼쪽은 A 통신사 증폭기고 오른쪽은 티브로드가 사용하는 증폭기다. A통신사는 증폭기 전기요금 논란이 일자 즉시 주민들에게 환급했지만 티브로드는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안양 경남 아너스빌 아파트에 설치 돼 있는 방송용 증폭기. 왼쪽은 A 통신사 증폭기고 오른쪽은 티브로드가 사용하는 증폭기다. A통신사는 증폭기 전기요금 논란이 일자 즉시 주민들에게 환급했지만 티브로드는 환급을 거부하고 있다. 이민선

아파트 단지에 설치된 방송 증폭기 전기요금은 주민과 통신업자 중에 누가 부담하는 게 맞을까? 안양 유선방송사 티브로드가 증폭기 전기요금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안양 경남 아너스빌 주민대표회의가 "티브로드 영업에 사용되는 증폭기 요금을 주민들이 내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난 2004년 6월부터 주민들이 대신 납부해온 전기요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티브로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42조에 따라 건설회사가 설치한 시설물이라 요금을 낼 이유가 없다"며 주민대표회의 요구를 거절했다. 증폭기를 사용하고 있지만, 직접 설치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남희 주민대표회의 감사에 따르면 현재 티브로드가 경남 아너스빌 아파트에서 쓰는 방송용 증폭기는 총 38개이며, 사용한 전기요금은 약 1500만 원이다. 관리비에 포함된 이 금액을 주민들이 지금까지 대신 납부해왔다는 것이다.

티브로드에서 전기요금을 부담할 수 없다는 근거로 대고 있는 주택건설 규정 42조는 "공동주택에 텔레비전방송·FM라디오방송 공동수신안테나 및 그 부속설비와 종합유선방송의 구내전송선로설비를 설치하여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법이 개정되기 전에는 유선방송사와 통신사 등은 방송 증폭장비를 직접 설치했고 전기요금을 부담해왔다.

티브로드 역시 2004년 6월 이전에는 아파트 단지 등에 증폭기를 직접 설치했고, 전기요금을 부담해왔다. 하지만 관련법규가 개정되면서 증폭기를 건설업자가 설치한 뒤부터 전기요금을 주민들에게 전가해온 것이다.

증폭기 전기요금 논란이 일자 이 아파트에 증폭기를 설치한 이동통신 3사(LG유플러스·SK텔레콤·KT)는 주민들이 부담한 전기요금 578만8767원을 전액 주민들에게 지급했다. 이에 반해 티브로드는 관련법 규정을 들며 전기요금 부담을 거부하고 있다.


티브로드가 전기요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하자 도남희 감사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도 감사는 "주택건설 규정 어디에도 증폭기 요금 관련 내용이 없다"며 "주민들이 부담해온 전기요금 1500여만 원을 주민들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 "증폭기 티브로드가 사용, 전기요금 (회사가) 내는 게 맞다"


도 감사는 "통신 3사에서 전기요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한 것은 전기요금이 주민부담이 아니라는 사실을 통신사들이 인정한 것"이라며 "티브로드가 주민들이 부담해왔던 전기요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소송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받아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뿐만 아니라 도 감사는 "티브로드 불매운동을 벌여 아예 아파트 안에서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티브로드가 사용하는 중계기 전기요금을 티브로드에 가입하지 않은 주민들도 같이 부담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계기 전기요금이 각 세대로 분할해서 관리비에 균등하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중계기 전기요금 부담과 관련 안양 티브로드 노동조합 역시 전기요금은 티브로드가 부담하는 것이 맞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조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와 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영상 송출을 위해 필요한 설비고, 설치는 하지 않았지만 티브로드가 사용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은 (회사가) 내는 게 맞다"며 주민들 손을 들어 주었다.   

안양시는 '주택건설법 42조를 근거로 전기료 환급을 거부하는 방송사의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라는 도 감사의 질의에 대해 지난 5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 42조는 공동주택 건설시 부대시설 중 공동수신 설비의 설치 등을 규정한 조항"이라며 "전기사용료 납부주체에 대하여는 규정된 것이 없다"고 답변했다.

티브로드는 서울·경기·충청·대구·부산 등 전국 23개 지역에 유선방송국을 두고 방송·통신 사업을 하고 있다. 티브로드 관계자에 따르면 안양뿐만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티브로드가 증폭기 전기요금을 주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한다.

안양 티브로드가 증폭기 전기요금을 주민들에게 지급한다면 다른 지역도 같은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 2013년에 이동통신3사(LG유플러스·SK텔레콤·KT)의 '전기요금 떠넘기기 논란'이 일자 미래창조과학부는 옥외 및 건물 내에 설치한 중대형 이상 중계기의 전기요금은 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원칙을 마련한 바 있다.
#티브로드 #증폭기 전기요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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