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씀/ 공양희 옮김/ 도서출판 민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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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니 프리스쿨은 3살에서 15살까지 아이들 60여 명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폭넓은 인간관계를 맺는다. 학교는 아이를 쉽게 문제아로 판단하지 않는다. 크리스는 무마사토라는 다섯 살 여자아이의 예를 든다.
무마사토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부정적인 행동을 한다. 열 명의 형제 가운데 아홉째인 무마사토는 거의 매일 총격전이 벌어지는 슬럼가에서 자랐다. 늘 애정에 굶주려 있는 이 아이는 때를 가리지 않고 분노를 폭발했고, 수업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교사와의 일대일 접촉에 집착한다.
하지만 크리스는 날카로운 성향의 이 무마사토를 '문제'가 있는 아이로 보지 않았다. 참고 견디며 관대하게 지켜봤다. 여전히 거칠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무마사토는 부모와 떨어져 있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다른 아이들을 돌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크리스는 아이의 타고난 생명력을 해치는 일 없이 자유롭게 아이를 만난다면 반드시 변화가 일어난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 프리스쿨이 주목하는 것은 아이들의 힘을 믿는 것이다. 아이들은 배움에 대한 타고난 의지가 있는데, 두려움 앞에서 이 의지는 질식해 버린다고 크리스는 말한다. 부모가 가진 두려움은 아이에게 전달된다. 부모가 지닌 공포나 의심, 불안 등의 감정은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두려움을 심는다. 두려움을 품은 아이들은 경직되고 자신의 생존만을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두뇌는 더 높은 차원의 사고를 하지 못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배움은 일어나지 않는다.
"두려움을 다스리는 해독제는 신뢰다. 신뢰는 미지의 것과 연관되어 있고 미지의 것은 당연히 위험을 수반한다. 그럼에도 아이들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전폭적인 믿음을 보여 줄 때 훨씬 빨리 또 쉽게 배우고, 그 배움은 특정한 기간 안에 끝나지 않고 평생을 두고 이어진다. 프리스쿨을 거쳐 간 수많은 아이들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 살아 있는 증거가 되어 주고 있다."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141~142쪽) 나의 자유가 너의 자유를 방해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