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 전문 출판사의 영업부장 고양이다양한 내용이 책을 내는 작은 출판사가 살려면 제대로 된 도서정가제의 정착은 시급하다.
김보경
물론 이런저런 이유가 많지만 여전히 반값 할인의 유혹은 피하기 힘들다. 특히 우리 출판사는 동물 관련 출판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반려동물 책을 많이 낸다. 그런데 반려동물 책은 취미와 실용분야(반려동물과 사는 일이 왜 취미인지 난 이해하기 어렵지만)라, 현행 도서법에 따르면, 책을 내자마자 마음대로 할인을 할 수 있다. 1만 원짜리 책을 내더라도 온라인 서점에선 5천원, 또는 그 이하로도 얼마든지 팔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종종 대폭 할인을 권하는 서점 MD도 있었다. 그럴 때면 반값 할인의 욕심이 생기기도 한다. 우리 출판사의 책은 대중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는 책은 아니고 그저 동물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라도 팔리면 좋으니, 그 분야에서만이라도 상위에 랭크되면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반값 할인을 한 다른 출판사의 책들이 분야 베스트에 올라 있을 때면 더욱 그렇다. 속이 쓰리다기보다 약이 오른다고 할까? 그런데도 못했다. 안한 게 아니라 못한 것이다.
그렇다고 반값 할인을 하는 출판사들을 질타하는 것은 아니다. 각 출판사마다 마케팅 방법이 다르고 반값 할인을 하는 대형 출판사는 나는 모르는 나름대로의 속셈이 있을 테니 말이다. 특히 작은 출판사들은 그거라도 하지 않으면 온라인 서점에서 노출될 방법이 없으니, 이해는 한다. 법과 제도가 반값 할인을 제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출판사들이 비난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도서정가제는 어떻게 정착될까?그런데 오는 11월 21일 새로운 도서법이 시행된다. 그 법에 따르면 신간이든 구간이든, 실용분야든 어떤 분야든 할인율은 총 15%를 넘지 못한다. 그러니 '반값 할인'이라는 말은 사라질 것이다. 이게 최근 몇몇 출판사들이 막판 폭탄 세일이라며 책을 팔고 독자들은 마구 사들이는 이유이다.
물론 새로운 도서법도 구멍은 있을 테고, 분명 어떤 식으로든 편법이 생길 거라지만 그건 시간이 지나보면 알 것이고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법이 제대로 정착되기를 바란다. 새롭게 시행되는 도서정가제를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단통법과 비교하며 책값만 올린다는 기사에는 사실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반값 할인을 염두에 두고 올라갔던 책값은 어느 정도 제자리를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책 가격 인하는 할인율이 문제가 아니다. 출판사와 서점 간의 공급률 협상이 우선인데, 거대 유통망인 온라인 서점 앞에서 철저하게 '을'인 출판사가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어쨌든 새로운 도서법은 코앞에 다가왔고 어떤 식으로 출판 생태계가 변화될지 궁금하다. 결국 우리 출판사는 반값 할인 한 번을 못했구나. 통 크게 할인 한 번 하지 않는 '쪼잔한' 출판사의 책을 기다려주는 독자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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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고, 먹고, 입고, 즐기는 동물에 관한 책을 내는 1인출판사 책공장더불어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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