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의 사물함 검열에 항의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자필서명지난 6월 주한미군한국인노동조합 KSC지부 소속 7분회 노조원들은 부대의 개인 사물함 검열에 항의하는 서한을 자필서명과 함께 노조 지부에 제출했다.
손지은
"조합원 고충 알렸더니 과거일 트집 잡아 보복성 징계" 서 지부장이 미군 측의 징계 결정에 대해 '표적 징계'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지난 6월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인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사한 일에 문제제기를 한 이후 노동조합 탄압이 거세졌다"고 주장했다.
서 지부장이 언급한 '사물함 검사'는 지난 6월 17일 경기도 동두천에 위치한 미8군지원단 제7중대에서 발생했다. 해당 부대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노조원들에 따르면, 오전 회의 시간에 중대장으로부터 갑작스럽게 개인 사물함을 조사한다는 통보를 받았으며, 모든 직원들을 밖으로 내보낸 상태에서 검사가 진행됐다. 해당부대는 지난해에도 KSC관리대대장(미국인 육군 중령)의 부대 방문 일정을 앞두고 한국인 직원들의 사물함을 두 차례 검사했다.
이에 부당함을 느낀 조합원 68명은 지난 6월 30일 자필 서명을 첨부한 탄원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그 후 조합원을 대표해 서정관 지부장이 KSC 관리대대장을 상대로 어떤 규정에 의해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사했는지 파악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항의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미8군 측은 "검열은 지휘부의 기능 중 하나"이며 "작전지시서에 따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물건을 제거하기 위한 검열이었다"고 답했다. 미군이 성적 수치심을 이유로 금지한 물건은 여성의 나체사진과 같이 성적 표현이 담긴 모든 메모, 편지 등을 뜻한다.
이에 대해 서 지부장은 "보이는 벽이나 문 등을 검사하는 것은 당연하나 개인 사물함 안까지 뒤지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며 "이는 한국인 직원들의 사생활을 침해하고 범죄자로 취급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KSC지부가 사물함 검열에 항의한 지 한 달 만에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이 각 중대에 '업무시간에 노조와 관련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또 한 달 만에 서 지부장 등 노조 간부에 대한 징계가 이뤄졌다. 주한미군이 사전 설명 없이 직원들의 사물함을 검열한 일을 인권침해라고 항의한 한국인 노동조합 간부에게 보복성 징계를 내렸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KSC지부의 상급단체인 한국노총은 지난 10월 주한미군사령관과 참모장 앞으로 공문을 보내고 적극적인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지부장 징계 철회 등을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지난 6일 발표한 성명에서 "주한미군이 노조탄압을 목적으로 보복 징계를 했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며 서정관 지부장과 이태규 사무국장에 대한 징계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
<오마이뉴스>는 18일 이에 대한 주한미군 측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미8군지원단 공보실의 한 관계자는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연락을 주겠다"고만 답했다. 앞서 미8군지원단 노사관계실에도 해명을 요구했으나 "담당자가 확인한 뒤 연락을 줄 것"이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기자가 담당자와 직접 통화할 수 있도록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재차 요구했지만 노사관계실 직원은 "다시 연락을 주겠다"는 답만 되풀이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1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정치부에디터입니다.
공유하기
"사물함 뒤진 미군에 항의했더니 표적·보복성 징계, 공포 분위기 조성"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