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시 대부분의 공원에는 반려동물을 풀어놓을 수 있는 구역이 따로 지정되어 있다.
이형주
지역사회 일원으로서 밴조의 사회생활은 공원에서 시작되었다. 마당이 있는 주택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아파트 밀집 지역인 뉴욕시. 이 좁은 집에 사는 개들이 충분한 운동을 하고, 다른 개들과 접촉하며 사회성을 기르게 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출근 전과 퇴근 후 공원에서 운동을 시킨다(다른 시민들에게 피해가 되지 않도록 훈련과 배변처리를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이다).
개와 산책하다가 만난 사람들끼리 제일 많이 나누는 대화 중 하나는 "이 개는 무슨 종이 섞인 건가요?"라는 질문일 거다. 유기동물 입양이 다른 지역보다 활성화 된 대도시의 경우에는 보호소에서 입양된 개를 기르는 경우가 많다. 이 중 대부분이 혼혈종, 우리나라에서 많이 쓰는 말로 '믹스견'이기 때문에 "무슨 종인가요?"라고 묻는 사람은 사실 많지 않다.
밴조의 경우 "비글과 섞인 것 같기는 한데, 보호소에서 와서 정확히는 몰라요"라는 대답을 하기가 무섭게, 만난 사람들간의 '개 종 맞추기 스무고개'가 시작된다.
"색깔을 보면 도베르만과 섞인 것 같네요.""내가 아는 개도 이렇게 생겼었는데, 그 개는 비글과 닥스훈트 믹스랬어요."이렇게 난무하던 추측들은 백이면 백, "어쨌거나, 개는 역시 멋지고 건강한 혼혈종이 최고!"라는 결론으로 싱겁게 웃으며 끝이 난다. 물론 외국에도 아직 여러 가지 이유로 순종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개인적인 취향도 있고, 간혹 순종 개를 길러야 특정 종에서 유전적으로 대물림되어 발생할 수 있는 병이나 결함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외국은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처럼 혼혈종에 대한 편견은 없는 편이다. 오히려 순종견에서 나타나는 문제점, 즉 같은 종을 오랜 세월 동안 번식시키는 데서 오는 유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적고 열성인자(defective genes)들이 제거되어 더 건강하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또 자신의 개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특별한 생김새와 성격을 가졌다는 점도 혼혈견을 선호하는 이유 중 하나다.
외국은 대부분 보호소에서 입양... 펫숍 구매율은 6%에 불과 동물보호기구인 휴메인 소사이어티(HSUS)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에서 개,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가구는 50%에 달한다. '반려동물 개체수 연구와 정책 의회(National Council on Pet Population Study and Policy)'의 2012~2013년 조사자료를 보면, 1년에 600만에서 800만 마리의 유기동물이 보호소로 유입되었는데 이중 절반 가량이 입양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동물보호단체나 사설보호소 입양율은 집계된 바가 없으나, 2013년 농식품부의 조사에 의하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소에서는 입양율이 연 27~28%에 그치고 있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입양률이 현저하게 높기는 하지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가구가 많은 만큼 연간 270만여 마리가 안락사되는 현실이 큰 사회적 문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반려동물 중 펫숍에서 구매한 경우는 6%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펫숍보다 전문 브리더(breeder, 사육사)에게 동물을 구입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개와 고양이를 상업적 용도로 번식하려면 농무부(USDA)에서 허가증을 받아햐 한다. 이는 연방법인 동물복지법으로 규정되어 있다. 2013년부터는 인터넷에서 동물을 판매하는 브리더도 관리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시설 없이 집에서 번식하는 브리더라도 번식을 위해 암컷을 다섯 마리 이상 소유하고 있는 경우에는 농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브리더는 적절한 시설, 청결한 위생상태, 물과 사료의 공급, 덥거나 추운 날씨로부터 동물을 보호할 수 있는지 등의 조건을 충족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또 수의사를 고용하거나 촉탁 수의사가 정기적인 검진을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또 미국 내 26개 주에서는 이 외에도 최소한 지켜야 할 사육장의 규격, 철사로 된 바닥을 쓰지 않을 것, 케이지를 아래 위로 쌓지 않을 것, 하루에 최소한 한 번 이상 운동을 시킬 것, 번식 전 수의사의 검진을 받을 것 등을 주(州) 법으로 추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는 외국에 있는 비인도적인 번식업장에서 번식한 개체의 유입을 막겠다는 취지로, '판매를 위해 동물을 외국에서 반입할 경우에는 미국법에서 명시하는 사육 조건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 허가받아야 한다'는 조항을 달았다. 판매를 위해 반입하는 동물은 최소 6개월령이 넘도록 하는 법도 마련되었다.
그러나 개를 생산하는 번식장은 조건을 잘 갖추고 법적으로 허가를 받았다 해도 동물학대를 조장한다는 인식이 확산되어 있다. 즉, '돈을 주고 동물을 사는 것은 보호소의 동물이 살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동물을 키우려는 사람은 보호소 입양을 먼저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 펫숍에서 '분양'보다 보호소에서 '입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