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의료 안내 홍보 자료.
보건복지부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한 달여 이상 진행된 현재 많은 문제점이 표출되고 있다. 지난 11월 10일 청년의사 보도에 따르면, 경북 영양 소재 보건소의 경우 10월 22일까지도 장비가 소량만 지원되거나 인력을 확보했음에도 복지부에서 승인을 해주지 않아 한 달째 기다리기만 하는 등의 지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설령 활용장비가 충분히 갖춰진다 하더라도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스마트 기기를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교육하려면 굉장히 많은 시간을 소요해야 할 것이라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또 지난 10월 3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그 달 말일까지도 환자모집만을 진행 중인 보건소도 있다고 밝혔다.
사실 과거 이명박정부 시절에도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진행된 적 있다. 지난 3월 프레시안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스마트케어 시범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원격 의료 시범사업을 진행하였다. 대기업들과 대형병원들이 참여하고 무려 355억 원을 들여 야심차게 추진했던 이 사업은 결론적으로 실패했다. 원격 진료가 기존 대면 진료보다 안전성, 효과성, 경제성이 있다고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렇게 허술한 원격의료가 반드시 처리되어야 할 이유라도 있는 걸까?
세계적으로도 원격의료가 시행되고 있는 나라는 방글라데시나 인도네시아처럼 아주 가난한 무의촌인 섬 등이거나 미국 알래스카 극지 등 특수한 지역들이다. 그러나 언론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접근성은 캐나다, 호주, 러시아 등의 약 100배, 미국의 30배, 핀란드의 30배 수준이다.
심지어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된 바 있는 원격의료는 공공의료의 기본적 인프라가 잘 갖추어진 상태에서 보조적인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전면적인 진료 행위로 도입하려 하고 있다. 그보다 공공의료 강화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원격의료는 그 이후에 생각하는 게 맞다.
사실 단순하게 봐도 원격진료는 딱히 필요가 없다. 정부가 원격진료 도입을 추진하면서 첫 번째로 내세운 명분이 의료사각지대의 해소였다. 섬 지역에 사는 연세가 많거나 거동이 불편한 분들이 원격진료를 통해 뭍으로 나오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년층은 컴퓨터 등 스마트기기 사용에 익숙하지 않아 원활한 의사소통 자체가 어려울 수 있고, 오진의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다.
결국 50만 원 이상의 개인기기를 사고도 스마트폰 사용이 어려우면 뭍으로 나와야 하는 번거로움을 다시 겪어야 한다. 스마트 기기를 사용해 원격으로 진료를 해준다는 호기심에서 나온 발상이 기업에게 돈을 퍼주는 동시에 오히려 의료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복잡한 원격의료가 아니라 기본적인 의료접근권을 향상시킬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재벌용 사업 원격의료보다 공공의료 먼저 강화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