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태종 홍타이지는 무엇을 빌었을까

[서평]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등록 2014.11.19 15:34수정 2014.11.19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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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황제들이 천제를 지냈다는 북경에 있는 천제단.
중국 황제들이 천제를 지냈다는 북경에 있는 천제단.임윤수

학문에서조차 돈벌이가 가치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서글픈 시대입니다. 대학에서는 취업률(돈벌이)에 밀려 인문사회철학 과들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개인은 개인대로 국가는 국가대로 해야 할 역할과 몫이 있습니다. 설사 돈벌이가 되지 않더라도 미래가 건강한 국가를 위해서라면 국가나 개인으로서 해야 할 몫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학문도 예외가 아닙니다. 개인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분야라 할지라도 국가에서 반드시 맡아 중흥 시켜야 할 몫 중 하나가 당장의 돈벌이와는 거리가 있는 학문에 대한 지원 내지는 유지라 생각됩니다.


글을 쓰고, 책은 내는 데 손해를 보려고 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바라는 바가 있고 얻으려는 목적이 있기에 책을 쓸 것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이라면 누구나 다 자신이 쓴 글, 자신이 낸 책이 많이 읽히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대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쓰고 책을 낼 때, 직접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간접적인 수익, 연구결과와 같은 실적을 얻기 위한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글쓰기가 생계수단인 사람이라면 응당 금전적 수익이 우선일 것입니다. 하지만 책을 출판하는 목적이 당장의 수익이 아니라 연구라면 대상과 소재 역시 달라질 것입니다.

당장의 수익과는 거리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꼭 필요한 분야 중 하나가 학술적 가치가 있는 고전을 발굴, 개발해내는 연구라 생각됩니다.

그림으로 보고 한글로 읽는 만주족 샤먼 제사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표지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표지 소명출판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옮긴이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 문학팀, 펴낸곳 소명출판)는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HK 한국문화사업단'에서 과제 수행의 일환으로 청나라 만주족들의 제사문화를 기록하고 있는 <제사전서무인송념전록(祭祀全書巫人誦念全錄)>을 연구해 얻어 낸 실적물입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긴 안목에서 살펴보면 신앙적 바탕으로 무교(巫敎)가 깊숙하게 자리를 잡고 있는 걸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독불장군이 있을 수 없듯 무교 역시 독불장군 같은 무교로 존재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더더구나 이웃해 있으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관계에 있는 국가의 무교라면 더더욱 그럴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무교를 좀 더 광범위하게 이해하려면 어떤 형태로건 영향을 받았을 주변국가의 무교, 주변국가에서 행해지고 있던 무교도 함께 연구되어야 할 것입니다.


청대(1616~1912) 만주족은 전통문화를 보전하고 만주족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샤머니즘 제사 의식을 궁중에서도 행하였다고 합니다.

<제사전서무인송념전록(祭祀全書巫人誦念全錄)>은 상·하 두 권으로, '제천(祭天)의식', '배등(背燈)의식', '굿하는 제사의식', '몽고 신주(神主)제사 의식', '시안추(祥初) 신주(神主)의식', '복(福)을 비는 제사의식', '춤추는 제사의식', '정결함 종이(淨紙) 보내는 의식', '족보(世譜)에서 수정 작업한 이들의 이름'이 그림과 함께 만주어로 기록돼 있습니다.

책에서는 두 권으로 된 원본(본문)을 역주(譯註)를 달아 번역하고, 의역까지 해 놓아 현대적 감각으로 이해하기에 충분합니다. 만주어 원본과 의례절차 등을 그린 그림 등을 영인본으로 싣고 있어 청대 만주어와 당시의 구어체 한어를 연구하는 데도 부분적으로 기여할 결과라 생각됩니다.

백 년 동안 탈 없고 60년 동안 병 없게 하십시오!
소원대로 살아가게 하시고 잘 늙게 하십시오!
머리카락을 하얗고 입의 치아가 누렇게 하십시오!
행하는 일마다 증험(證驗)있게 하시고 가시는 곳마다 영험(靈驗) 있게 하십시오!
선한 일을 행하면 악한 일을 가리게 하십시오!  
좋은 사람을 만나면 나쁜 사람을 피하게 하십시오!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378쪽-

만주족 사람들이 천제(天祭),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하던 송념(誦念) 중 일부분입니다. 뭔가를 지극하게 기원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은가 봅니다. 그 옛날 만주족, 중국 청나라 황제들이 빌고 기원하던 바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미래가 건강한 국가를 위한 학문적 주춧돌로 기여할 실적

중얼 거리듯 들렸을 염송 소리는 분명 우리와 달랐을 것입니다. 원본에 써진 글씨 또한 읽을 수 없을 만큼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그들이 그토록 애절하게 중얼거리며 빌던 소원 역시 우리가 기원하던 마음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구(祭具)들은 물론 의례절차, 제수를 준비하는 과정까지 아주 세세하게 담고 있는 그림들은 매우 사실적이어서 만주족들이 지내던 제사를 입체적으로 이해하고 구체적으로 재현(머릿속으로나마)해 보는데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거라 생각됩니다.

일반 독자들이 읽기엔 별로 재미없는 내용이라 어떤 개인이 하기엔 분명 부담스런 몫(출판)이었을 것입니다. 학술단체가 역할의 몫으로 낸 결과물이기에 무형의 가치를 더해주고 싶어집니다. 미래가 건강한 국가를 위한 학문적 주춧돌로 분명 기여할 실적이라 사료됩니다.
덧붙이는 글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옮긴이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 문학팀 / 펴낸곳 소명출판 / 2014년 9월 30일 / 값 3만 2000원)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 문학팀 옮김,
소명출판, 2014


#청대 만주족의 샤먼 제사 #고려대민족문화연구원 만주학센터 문학팀 #소명출판 #송강호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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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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