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봄 갈수기 때 물에 잠기지 않은 반구대 암각화 모습. 반구대 암각화 앞을 흐르는 대곡천 하류에 있는 사연댐의 수위가 52m 이하면 물에 잠기지 않는다
사진작가 권일
지난 1971년 문명대 교수가 이끄는 동국대학교 탐사반이 지역 주민들의 제보를 통해 울산 태화강 상류 대곡천에 있는 가로 8m, 세로 2m가량의 바위에 사람이 고래를 잡는 모습 등 선사시대 생활상이 담긴 그림 수백 개가 새겨져 있는 문화재를 발굴했다.
반구대 암각화로 명명된 이 문화재에는 멧돼지가 교미하는 모습, 사슴이 새끼를 거느리거나 밴 모습, 작살에 맞은 고래, 새끼를 배거나 데리고 다니는 고래의 모습을 비롯해 사람이 사냥하는 장면, 탈을 쓴 무당, 짐승을 사냥하는 사냥꾼, 배를 타고 고래를 잡는 어부 등의 모습이 묘사돼 있어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암각화가 발견되기 6년 전인 1965년, 대곡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됐다. 비가 많이 오는 계절이면 댐 수위가 높아져 반구대 암각화도 함께 물에 잠겼다가, 다시 건조기가 되면 모습을 드러내는 상황이 50여 년간 지속되면서, 퇴적암 재질인 반구대 암각화의 훼손이 가속화됐다.
그동안 문화재청은 "물 부족이 아니다"며 반구대 암각화를 보존하기 위해 사연댐의 수위를 52m 이하로 낮추자는 안을 고수했지만, 울산시는 물 부족을 이유로 인공적인 물막이 댐 건설을 주장하며 맞섰고, 그 사이 암각화 훼손은 가속화됐다.
특히 3선 울산시장을 지낸 박맹우 전 시장이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경우 시민의 식수가 부족해진다"고 강하게 주장하면서 문화재 위원들의 현장 방문 때 주민들이 집단행동을 하는 등 갈등이 빚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6월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반구대 암각화 앞에 투명한 고강도 재질로써 수위변화에 따라 높이 조절이 가능한 카이네틱 댐을 설치하기로 합의해 현재 설치를 위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울산시는 현재 카이네틱 댐 설치에 대한 실물모형 사전검증 실험과 실시설계 용역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카이네틱 댐 설치로 반구대 암각화와 주변 경관이 파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는 상태다.
한편 지난해 10월 태풍 다나스가 울산을 덮친 후 당시 사연댐(만수위 60m)의 수위가 49.07m에서 49.69m로 올랐는데도 울산시가 낙동강 물 유입을 전면 중단하면서 '그동안 52m 이하로 사연댐 수위를 낮추면 시민 식수가 부족하다 주장해온 것이 과연 맞나' 하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관련기사:
<태풍 '다나스'가 알려준 반구대암각화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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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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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 암각화, 사연댐 퇴적물 제거하면 영구보존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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