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민속자료 제12호인 운돌 한 쌍은 남자 거시기와 여자의 족두리를 닮아 자웅석(雌雄石)이라 한다.(사진은 2012년 촬영)
김종신
아쉬움을 뒤로하고 길을 재촉하자 양지바른 한쪽에서는 보랏빛 쑥부쟁이 꽃들이 늦가을의 갈색빛 사이로 빛났다. 쑥부쟁이의 배웅을 받으며 내려가자 아스팔트 길. 자전거 한 대가 씽 하고 지나갔다. 배낭 속에서 주섬주섬 과자와 커피를 챙겨 먹었다. 숨을 고르고 차를 운전해 5여 분을 달려 명석면사무소 앞에 있던 원조 한 쌍의 돌을 찾았다.
경상남도민속자료 제12호인 운돌 한 쌍은 남자 '거시기'와 여자의 족두리를 닮아 자웅석(雌雄石)이라 한다. 남자 거시기를 닮은 돌의 높이가 97cm, 둘레 214cm다. 족두리를 닮은 돌은 높이 77cm, 둘레 147cm다. 다산(多産)과 풍요(豊饒)를 빌던 선돌(立石)이 우는 돌(鳴石)이 된 내력은 이렇다. 고려말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여 진주성을 정비했다. 광제암 스님이 성 보수를 마치고 돌아가다 서둘러 걸어가는 돌을 만났단다.
돌에게 왜 그렇게 급히 가느냐고 물었더니 진주성을 쌓는데 밑돌이 되기 위해 간다고 했단다. 스님은 이미 공사가 끝나 소용없다고 했더니 돌은 진주성의 밑돌이 되지 못한 게 서러운지 크게 울었다. 스님은 돌의 애국심에 감복하여 큰 절을 올렸다고 전한다. 세월이 흘러 돌은 명석면의 자랑이요, 지역명이 되었다. 명석은 비바람을 피하라고 후대 사람들이 전각을 세워 보호하고 있다. 실제 음력 3월 3일이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지낸다고 한다.
산에 올라가 풍광을 구경하는 재미 못지않게 산자락에 깃든 전설을 살펴보는 재미는 더 쏠쏠하다. 가을 산들은 짙은 갈색의 생각하는 길이다. 겨울 길목 앞에 선 지금의 광제산. 아마도 내년 봄에도 그리울 것이다.
▣ 등산코스
- 광제산 등산로 안내도에 따르면 등산코스와 소요시간이 나온다.
1코스: 신기마을~내율간임도~정상 3.8km 70분.
2코스: 동지만을~정상 1.7km 35분.
3코스: 홍류소류지~정상 1.8km 35분.
4코스: 용우초교~체육시설(1)~체육시설(2)~체육시설(3)~체육시설(4)~체육시설(5)~정상 9.6km 210분.
5코스: 덕곡마을~정상 3.1km 60분.
6코스: 관지마을~정상 6.7km 150분.
7코스: 명석면사무소방향~체육시설(1)~체육시설(2)~체육시설(3)~체육시설(4)~체육시설(5)~정상 9.4km. 2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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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길목에 선 지금, 아마 내년 봄에도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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