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계단 하나하나를 오를 때마다 짭조름 바다와 푸른 하늘이 비벼 낸 냄새가 기분마저 상쾌하게 했다.
김종신
도착하자마자 일행은 푸른 하늘과 맞닿은 바다를 구경하기 바빴다. 아쉽게도 골프장 건설로 푸른 산이 벗겨져 흉하게 드러난 게 아쉽다. 모처럼 함께 했지만 제각각 구경하기 바빠 단체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어르신들은 자신의 핏줄들과 오늘 나들이를 기념했다. 기념 사진을 찍는 와중에 한산대첩 전망대에서 아래 동서가 우리를 보고 손짓이다. 벌써 저만큼 올라갔나 싶었다. 몸이 불편한 장인, 장모님과 몇몇이 남고 나머지는 나무 계단을 밟았다.
야생화 꽃길이다. 도깨비 뿔을 연상하게 하는 도깨비 고비를 비롯해 원추리, 꽃무릇이 반긴다. 농익은 가을을 온몸으로 표현한 나무들은 가슴에 이름표를 붙이고 뒤를 잇고 있었다. 소사나무, 쥐똥나무... 전망대로 향하는 계단 하나하나를 오를 때마다 짭조름 바다와 푸른 하늘이 비벼 낸 냄새가 기분마저 상쾌하게 했다.
100m 정도 올라오자 한산대첩 전망대와 정상으로 가는 갈림길이 나왔다. 오른편 한산대첩 전망대로 계단을 올라갔다. '게순이'가 살며시 윙크하며 반겼다. <느린 우체통>이다. 믿음 판매대에서 엽서 한 장에 1천 원 하는 편지를 써서 느리고 빠른 편지통을 골라 넣으면 된다. 일주 후에 전달되는 빠른 우체통은 '케통이', 행복한 기다림이 1년 후에 전달되는 느린 우체통은 '게순이'이다. 실시간으로 얼굴을 보면 영상 전화로 할 수 있는 요즘, 일주일도 빠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