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의 세계로 떠난 소녀, 그녀의 운명은?

[리뷰] 오노 후유미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등록 2014.11.30 15:33수정 2014.11.30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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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겉표지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겉표지 ⓒ 엘릭시르

'어느날 자신이 낯선 세상으로 들어간다면?'

판타지 소설이나 영화를 보다보면 한번쯤은 상상해볼 만한 일이다. 실제로 현실세계에서 낯선 곳으로 떠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는 소설들도 적지 않다.


<나니아 연대기>에서는 아이들이 옷장 문을 통해서 모험의 세상으로 뛰어들었다. 스티븐 킹의 <11/22/63>에서는 주인공이 동네 음식점의 창고를 거쳐서 수 십년 전의 과거로 날아간다.

그곳이 자신이 속한 사회의 과거이건, 아니면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환상의 세상이건 그곳에서의 모험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럴 수만 있다면 그런 세상을 방문해보려는 사람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마치 오지로 배낭여행을 떠나듯이. 하지만 떠난 이후에 다시는 이 세계로 돌아올 수 없다면?

학교로 찾아온 이상한 남성

일본 작가 오노 후유미의 1992년 작품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에서도 한 여학생이 어느날 갑자기 '다른 세계'로 떠나게 된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인 나카지마 요코. 그녀는 어디서나 눈에 확 띄는 붉은색 머리털을 가지고 있다.


요코는 학급에서 반장을 맡고 있고 대부분의 동급생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대신 특별히 가까운 친구는 없다. 어느날 그녀의 학교로 처음보는 이상한 남자가 찾아와서 요코에게 같이 떠나야 한다고 강요한다. 가면 같은 무표정한 얼굴에 무릎까지 내려오는 긴 금발을 한 남자다. 그의 이름은 게이키.

게이키는 요코에게 충성을 맹세한다며, 이곳은 위험하니 목숨이 아까우면 당장 떠나야 한다고 요코를 이끈다. 요코는 영문도 모른채 게이키와 그 부하들에게 이끌려서 하늘을 날게 되고, 바다에 비친 달의 그림자를 통해서 현실과는 전혀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된다.


요코가 도착한 곳은 마치 수 백년전의 일본 또는 중국을 연상시키는 판타지의 세상. 게이키와 그 부하들은 어딘가로 사라졌다. 홀로 남겨진 요코는 게이키가 건네준 검 한자루를 가지고 자신을 위협하는 짐승 또는 요마들과 대결하고, 자신을 경계하고 적대하는 사람들과도 맞선다. 다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곳에서, 요코의 싸움이 시작된다.

낯선 세계에서 펼쳐지는 모험

판타지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요령 한가지는, 그 무대의 세계관을 우선 파악하는 것이다. '십이국기(十二國記)'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의 무대는 열두 개의 작은 나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주위를 바다가 둘러싸고 있고, 바다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오노 후유미는 일반적인 판타지 소설과는 다른 세계관을 만들어낸 것이다. 열두 개의 나라가 무대이기 때문에 이야기도 그만큼 많아지고 길어질 수밖에 없다. 이 작품은 '십이국기 시리즈'의 1편에 해당한다.

세계관도 그렇지만 캐릭터 역시 흥미롭다. 낯선 곳에 도착한 요코는 처음에는 '집에 가고 싶다'며 펑펑 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에게 달려드는 요마들을 차분하게 검으로 공격한다. 그리고 끝없이 자신에 대해서 생각한다. 혼자 긴 여행을 떠나면 자신을 돌아보게 되듯이, 낯선 곳에서 모험을 하는 요코도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깨닫고 되새기는 것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모험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십이국기>를 읽으면서 대리만족을 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현실에서 떠날 수 있다. 그리고 다 읽고나면 무사히 현실로 돌아올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판타지 소설의 마법이다.
덧붙이는 글 <십이국기 :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오노 휴유미 지음 /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펴냄.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엘릭시르, 2014


#십이국기 #오노 후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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