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숙 I 1획 위에 4획(왼쪽),8획(오른쪽 캔버스에 템페라 135×174cm 2012. '귀얄 붓질'의 힘찬 기운이 느껴진다
송현숙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선생님의 작품엔 한국의 서예 정신이 녹아있는데 선천적인 것인지 교육 받은 것인지"를 묻자, 그는 "고국에서 열리는 서예전에 관심이 많았고 1985년 전남대로 유학 와, 이태호 교수의 서예와 추사(秋史)강의에 영향 받았다. 그 후에도 이 교수가 서예 관련 저서를 독일로 보내줘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습작기와 1990년대 데뷔기를 통해 '일필휘지'의 서예 정신을 살려 작품명에 '획'을 붙였다. 예컨대 '3획'이면 3번, '7획'이면 7번의 붓질로 화면이 구성된다는 뜻이다. 10획은 보통이고 그걸 넘는 획도 많다. 이런 동적인 획에 비해 바탕은 고요하다. 이에 여백이 있는 시적이고, 명상적 분위기 속에서 작품을 한국적으로 조형화했다.
그의 작품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은 흡입력을 강하게 갖고 있다. 캔버스 공간을 한 획, 한 획 그어 갈 때 일어나는 긴장감은 마치 추사가 보여준 무심한 듯하면서도 조화롭고, 천진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붓의 힘이 느껴진다.
송현숙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면 역시 돼지 털이나 말총으로 만든 옻칠이나 분청사기에 약을 바를 때 쓰는 '귀얄 붓질'이다. 이 거친 붓이 내는 표현력은 강력하다. 처음엔 눈에 잘 뜨지 않으나 보면 볼수록 그 불가항력적인 기운을 감지하게 된다.
'디아스포라'가 그를 예술가로 변신시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