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계보 잇는 라이브 공연 탄생할까

[리뷰]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등록 2014.12.01 14:05수정 2014.12.0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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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광석의 계보를 잇는 라이브 공연이 탄생할 수 있을까.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김광석의 음악 세계와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다시 시작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라이브 음악극 형식으로, 지난 11월 28일부터 대학로 SH아트홀에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번엔 시즌3 '비긴 어게인'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2015년 2월 15일까지 펼쳐진다.

고 김광석 노래의 힘은 '한결 같음'에 있다. 그가 라이브 공연 1천 회를 기록할 수 있었던 것은 언제 어느 곳에서나 변함없는 목소리로 노래했기 때문이다. 테이프나 CD에서 듣는 노랫소리와 라이브에서 듣는 그의 음성은 거의 흡사했다.


'한결 같음'의 또 다른 이름은 깨어 있는 노래 정신이다. 특히 시대와 호흡하기 위해선 노래의 주인인 소시민들의 일상을 들여다봐야 한다. <서른 즈음에>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우리들의 초라한 일상을 노래한 이가 바로 김광석이다.

1990년대 대표적 가객을 노래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모습.  11월 28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3 비긴 어게인이 찾아온다. 고 김광석 계보를 잇는 어쿠스틱 뮤지컬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모습. 11월 28일부터 내년 2월 15일까지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3 비긴 어게인이 찾아온다. 고 김광석 계보를 잇는 어쿠스틱 뮤지컬이 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Siwoocompany

진실한 노래, 참된 노래란 무엇일까. 김광석의 화두는 분명 노래의 본질 그 자체에 있었다. 김광석은 1990년대를 대표하는 '가객'이다. 1990년대는 문화 개방과 함께 신세대라는 조류가 함께 맞물려 세기 말을 향해 달려가는 혼돈의 시대였다. 대중들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표절과 거짓이 난무하는 중심에 서게 된다.

이러한 가운데 노래 자체에 더욱 집중한 김광석의 노래들은 대중의 감성을 역주행하게 했다. 김광석은 3집에서 <나의 노래>를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다. 결국, 대중들은 헛헛한 상업 노래들이 판치는 문화 판에서 눈을 돌려 무엇이 좋은 노래인지 알게 된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주인공은 이풍세 역을 맡은 싱어송라이터 박창근씨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바람의 기억>과 <엄마> 등 창작곡 4곡을 선보였는데, 마치 김광석의 새 노래처럼 공연에 흡수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김광석의 노래라고 착각할 정도다. 특히 박창근 씨는 김광석의 목소리와 가장 흡사하며 김광석의 노래 정신을 잇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다. 단독 주연을 맡은 박창근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듯 공연에 동화됐다.


김광석의 노래 정신 잇는 싱어송라이터 박창근

공연 자체가 생물과 같은 유기체라고 본다면,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세 번째 관객과 만나기 위해 진화해 왔다. 김광석과 같은 대구 출신인 박창근 씨는 거리에서 소시민들을 만나며 노래한 전력이 있다. 싱어송라이터로서 끊임없이 노래에 대해 고민해온 박창근 씨는 이번 공연의 음악 감독을 맡으며 노랫소리에 더욱 신경 썼다. 이런 측면에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화려함과 쉴 새 없는 볼거리로 치장한 공연 산업 속에서 오직 노래로 관객을 만난다. 노래가 지닌 순수함만을 믿는 '역주행'이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여러 번 본 관객들은 김광석의 <내가 필요한 거야>나 <꽃> 등 새로운 노래를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관객 입장에서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통해 전율을 느끼는 노래 한 곡만 만난다면 관람료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처음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을 만나거나 김광석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초반 도입부에 집중하기가 어렵다. 김광석 노래의 원형에 닿으려는 의도 때문에 가라앉은 감성의 심연은 쉽게 깨어나지 않는다. 한편 멀티맨의 교체와 역할 축소가 어떻게 작용할지 의문이다. 멀티맨은 초연과 시즌2에서 감초 역할을 하며 관객들을 공연 속으로 끌고 데려가 줬다.

분명한 건 고 김광석 계보를 잇는 라이브 공연의 가능성이 우리 눈앞에 놓여있다는 점이다. 살아 있다면 50살이 됐을 김광석. 그는 없지만 그의 노래는 여전하다. 1천 회 라이브 공연으로 관객과 만난 김광석처럼, 그의 노래들이 어쿠스틱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으로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이고 있다.
#김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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