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 인근에서 발견된 큰빗이끼벌레는 누군가 신다 버린 구두에 붙어서 자라고 있었다.
김종술
그날부터 다시 전투가 시작됐다. 오전 8시부터 장화를 신고 안개가 자욱한 강변을 걷고 뛰었다. 4대강 사업으로 만들어진 충남 공주시 쌍신공원을 시작으로 세종보, 백제보 등 매일 같이 차량에 기름을 넣어야 할 정도로 먼 거리를 이동했다. 어제까지 카메라에 찍힌 놈들이 보이지 않으면 혹시나 누가 밤 사이에 거둬갔는지, 밤에 수문을 열고 아침에 여닫는 과정에서 흘러갔는지를 확인했다. 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 마릿수를 헤아렸다.
허벅지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고 들어갔는데, 수온이 낮아지면서 깊은 곳에서 발견되는 녀석들을 만나기 위해 허리춤, 가슴까지 잠기는 물속까지 헤집고 다녔다. 한번은 4대강 준설로 웅덩이진 곳에 모르고 들어갔다가 빠져서, 허우적대면서 '똥물'을 먹어야 했다. 또한 퇴적된 펄 바닥에 빠졌다가 간신히 빠져나온 뒤에 강변에 쪼그리고 앉아 울기도 했다.
올 가을에 시작된 큰빗이끼벌레와의 2라운드는 '나 홀로 전투'였다. 다른 언론의 분위기는 지난 여름과 너무 달랐다. <오마이뉴스>를 통해 큰빗이끼벌레가 수온이 떨어진 가을에 다시 창궐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다른 언론사 기자들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냄비근성, 즉 끈질기게 추적해 심층보도 하면서 사회에 대안을 던져주기보다는 잠깐의 흥미에 호들갑을 떠는 언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사실 앞으로가 더 큰 문제다. 찬바람이 불면서 한낮을 제외하고는 수온이 10도 이하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낮아진 수온에 군체가 와해하면서 휴면아 상태로 빠진 큰빗이끼벌레가 강바닥과 하류로 흘러가고 있다.
그 때문인지 물이 고인 곳이나 완곡부에는 바닥을 보지 못할 정도로 물이 탁하다. 하지만 일부는 낮은 수온에서도 건강한 모습으로 자라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 수온이 상승하면 녀석들은 올해보다 더 왕성하게 번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흉측한 겉모습과 악취보다 더 심각한 것은 이 녀석들이 수질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최근 '생태계 및 수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충청남도 민관공동조사단은 큰빗이끼벌레 서식 및 분포에 따른 조사, 수질 및 수생태계에 미치는 영향, 사멸 시 수질에 미치는 영향 등 4대강 전역에 대한 국내 최초의 실험내역을 공개했다.
결론적으로 '큰빗이끼벌레 사멸 시 수중 용존산소를 고갈시키고 암모니아 질소 발생과 수질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여름에 창궐한 큰빗이끼벌레가 잠시 뜸하다고 안심할 일은 아닌 것이다.
특히 조사단은 생육조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기존 학술자료를 웃도는 2~3m 규모의 군체까지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체 용량의 0.5~2%의 큰빗이끼벌레가 폐사하는 경우를 반응조에서 모의 실험한 결과, 2~3일 만에 용존산소를 급격하게 소모하게 해 혐기상태로 변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정체 수역에서 대량 사멸할 때 용존산소 부족, 암모니아 농도 증가를 초래하여 수중 동식물 서식환경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전망했다.
안개로 자욱한 금강 "이게 다 명박이 때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