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쉼'을 주제로 해먹을 장치로 사용했다. 두 주역 홍승연(왼쪽)과 김범호.
박나훈무용단
박나훈 무용단의 <쉬어가는 고개>가 현대인의 '휴식'이라는 주제를 압축적이고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면, 고경희 무용단의 <곱사나비>는 마찬가지로 현대인의 상처를 등에 달린 '혹'으로 상징하고 13명 무용수가 전체 4장의 이야기전개로 펼쳐내며 한 편의 연극을 보는 느낌을 주었다. 투명장막이 무대 앞쪽으로 드리워진 채, 왼쪽 편에 곱사등이와 여인이 있다. 등이 굽은 채 장막에 갇힌 모습이 무척 힘겨워 보인다. 곱사등이가 선 왼편과 오른편 건장한 남자무용수들 사이에는 서로 오가지 못한다.
등의 한보따리 짐이 무거움을 느낄 때, 한 여인 역시 한 많은 한숨을 토하며 무대 한가운데서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킨다. 하늘하늘 흥인 듯, 눈물인 듯, 넘실대는 춤가락에 취한다. 첼로의 애절한 선율과 강한 장구장단이 춤에 흥취를 더해준다(음악 김철환). 여인 혼자의 춤은 일곱 명 여자무용수와 네 명 남자무용수의 군무와 합해져 점점 힘이 생기고 흥겨워진다.
여인이 곱사등이의 굽은 등에서 붉은 피를 하염없이 꺼낸다. 곱사등이(주역 박정태)의 등에 엮인 붉은 천이 끊임없이 여인(주역 정다운)의 마음을 짓누르며 그녀는 그 피를 멀리서 긴 줄로 잡아매며 다 빼낸다. 곱사등이는 훌쩍, 털어버린 자신의 짐이, 이상하게도 어색하다. 곱사등이 본연의 모습이 차라리 자연스러웠다는 것을. 그래도 마지막 꿈을 펼치며 여인과 곱사등이는 하나가 되어 훨훨 나비처럼 날아오른다. 하지만, 자신의 운명을 직감한 것처럼 슬프게 울더니 곱사등이는 저편 자신의 장막 안으로 들어간다.
이 날 공연의 두 작품 모두 현대인의 소외와 불편함, 꿈을 소재로 벽과 해먹, 붉은 천이라는 장치를 사용해 잘 표현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주제표현과 전개에 걸맞는 음악의 밀도 높은 힘과 장면과의 매칭으로 작품의 표현력이 더욱 상승되었다.
하지만, 이날 공연된 <쉬어가는 고개>의 양용준 감독과 <곱사나비>의 김철환감독은 각각 2009년과 2007년 서울무용제 음악부문 수상자인 때문인지, 올해 제35회 서울무용제에서 음악상은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았다. 미술상은 '고경희무용단' <곱사나비>의 김철희가 수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무용음악가의 수가 적다면 당연히 재수상을 할 수 있는 것이고, 활동하는 인원이 적은 상황이라면 분야를 독려하기 위해서라도 조금 부족해도 인재를 발굴해 새로운 수상자를 배출해야 되지 않겠는가. 공중파TV 연말 시상식에서 작년 대상 수상자가 올해도 또 수상하고 독식을 하는 것은, 수많은 연예인 중 시청률을 좌지우지하는 몇 안 되는 이들의 영향력과 공로를 인정해 대상을 수여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그 분야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다.
'상'이라는 것은 잘한 사람에게 줄 수도 있고, 어느 정도 잘했으니 앞으로 잘하라고 줄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음악이 무용, 연극, 오페라의 기반으로 '창작' 부분에서 기여한다면, 그 '창작'의 부분을 크게 독려하고 인력을 발굴해 중요성을 일깨워야 할 것이다. 기존의 음악을 구성한 무용과 창작음악과 함께한 무용은 분명히 작업의 방향과 그 힘이 다르게 느껴지고 전달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할 것이다.
한편, <제35회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 대상에는 '한칠 Soul발레단'의 <질주-G minor>(안무 한칠>, 우수상에는 윤명화무용단 <기오헌(寄傲軒)의 눈물>(안무 윤명화)이 선정되었다. 대상 1000만원, 우수상과 안무상 수상자에게는 500만원, 남녀연기상 수상자 6인에게는 각 100만원이 수여되었고, 자유참가부문에서 최우수단체상을 받은 '한정미 댄스 프로젝트'의 <점선면>(안무 한정미)은 차기 제36회 서울무용제 경연대상부문에 자동선정단체로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안무상은 '르씨 댄스 컴퍼니'의 <마음(MAUM)>(안무 김동규)가 차지했다. 남자 연기상은 '류무용단' <달의 비명>에 조승열, '르씨 댄스 컴퍼니' <마음>의 천종원, 백영태, '발레 류보브' <데미안>의 박기연이 공동수상했다. 여자 연기상은 '고경희무용단' <곱사나비>의 정다운, 르씨 댄스 컴퍼니' <마음>의 김서윤, '한칠 솔(Soul)발레단'의 <질주-지 마이너>의 연보라가 함께 받았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음악을 전공하고 작곡과 사운드아트 미디어 아트 분야에서 대학강의 및 작품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