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소리 사라진 객석, 울음소리 터져나오고...투쟁복을 입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팝콘과 음료수를 들고 극장에 들어섰다. 불법 해고 통보를 받은 마트 노동자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팝콘 소리는 사라지고, 객석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권우성
"억울해서."
현재 파업 중인 노동자들은 이 한마디에 무너졌다. 7년 전 이랜드 홈에버 파업을 다룬 영화 <카트>가 상영된 서울 종로 피카디리 영화관 곳곳에는 헛기침과 눈물 훔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객석이 크게 동요한 순간은 아르바이트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편의점 사장과 시비가 붙어 경찰서까지 간 아들이 '왜 그랬느냐'는 엄마의 물음에 답하는 장면이었다. 아들의 대답은 "억울해서"였다.
6개월째 거리에서 농성 중인 씨앤엠 노동자들을 비롯해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비정규직 노동자 100여 명이 2일 오후 오랜만에 농성장을 벗어났다. 이들은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 소장, 함세웅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 명진 스님의 제안으로 단체 영화 관람에 나섰다. 영화표는 박재동 화백, 유초하 충북대 명예교수 등 6명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백기완 소장·함세웅 신부·명진 스님, 노동자들 손잡고 극장에 오다영화 시작 전 팝콘을 나눠먹으며 상기된 모습으로 영화관에 들어간 노동자들의 얼굴은 1시간 40여 분 후 달라져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출입구에서 만난 문창조(49) 희망연대노조 SK브로드밴드비정규직지부 조합원은 눈시울이 붉어져 있었다.
'SK 진짜 사장 비정규직 책임져라'라고 쓰인 빨간색 몸자보를 두른 그는 "영화 내용 중 파업 기간에 아이들을 챙기지 못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고 말했다. 영화 주인공의 아들처럼, 그의 고등학교 1학년 아들 또한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