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만 찍으려면 무슨 폼을 그렇게 잡는 지... 첫째는 초등학교 1학년(8살), 둘째는 유치원생(6살).
김승한
지난주 목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인사만 하고 안방으로 쏙 들어간다. 핸드폰으로 만화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난 아이들에게 말했다.
"너네 아홉 시까지만 하는 거야, 알았지?""네, 뉴스 나오면 아홉 시죠?""그래, 그때까지만 게임 하고 국어 문제 풀자.""네, 알았어요."
대답은 참 잘한다. 아홉 시가 언제 되려나 자주 나와서 시계를 확인한다. 이때 옆에서 빨래를 개던 아내가 한마디 한다.
시험 앞두고 족집게 수업 받는 8살 아들"△△이, 2주 후에 기말시험 보는 거 알지?""응, 그 성적으로 1학년 평가받는다며.""학원에서 토요일에 △△이 좀 보내 달래. 기말시험 대비해서 공부시킨다고.""토요일인데?" "학원 선생님이 알려주시는 문제만 다 풀고 외우면 국어랑 수학은 백 점 맞을 수 있대.""그럼, 족집게 과외 하는 거야?"나는 너털웃음이 터졌다. '초등학교 1학년인데, 허~ 참! 말로만 듣던 족집게 과외란 게 이런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들이 얼마나 학교 성적에 목을 매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었다.
내 학창시절에도 학원은 있었다. 그러나 학교 주변이 아니라 도심에 집중되어 있었다. 전국적으로 기업화된 종합학원과 단과학원을 아침 등굣길마다 학교 정문 앞에서 만났다. 학원 홍보물을 나눠주는 아주머니들을 정문에서 늘 만나기 때문이다. 당시엔 재수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 이런 학원이었지만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알게 모르게 성적 향상을 위해 별도로 반 편성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학원이란 곳은 나와는 상관없는 곳이었다. 학원 근처를 지나다니긴 했어도 문을 열고 들어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런 나로서는 학원 정규 수업 외에 기말시험 대비 별도 과외를 해 준다는 게 고맙기도 하지만 참 '별천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도 8살짜리 초등학교 1학년생에게 어디까지 바라기에 시험을 앞두고 별도 수업까지 해야 하나.
우리 입장에서는 학원 선생님이 너무 고맙다. 우리 아이에 맞게 별도로 시간을 내서 집중적으로 해주시니 말이다. 게다가 학원 선생님이 성적에 대해 장담하시는 것도 괜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우리 아이가 다니던 학교의 누적된 문제 데이터가 있을 테고, 아직 학업의 폭과 깊이가 넓지 않은 학년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긴 하다.
아내가 웃으며 한마디 더 거든다.
"응, 근데 나는 선생님한테 '우리 아이는요 과목별로 50점 정도만 맞아도 좋아요' 했거든, 그랬더니 선생님이 그러시더라고. '아유, 어머니! 그러시면 안 돼요. 목표를 높게 가지셔야죠. 제가 △△이한테 알려주는 것만 집에서 좀 복습시켜주시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예요' 그러시더라고." 이 말에 나는 또 웃음이 터졌다. 아직은 아이에게 시험 성적 가지고 이래저래 말을 하지 않으려 하는데 학원 선생님이 더 열성이시다. 그것도 수업 시간이 아닌 다른 시간을 따로 내서 봐주시겠다는 데 이거 뭐라고 할 말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 덕에 우리 아이는 지난 주 토요일 학원에서 일대일 국어 수업을 2시간째 듣고 왔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나 공부 너무 많이 했어요. 레고마을이라도 가서 머리 좀 식혀야겠어요."우리는 파김치가 되어 들어온 첫째와 집에서 놀고 있던 둘째를 데리고 나갔다. 시장 구경도 하고 그렇게 좋아하는 레고마을에서 머리도 식혀주고. 저녁에는 아내가 아이들 좋아하는 카레도 해 주었다.
돌아오는 토요일에 한 번 더 가야 한다. 이번에 수학 시간이다. 점심 먹은 후에 또 학원에 가서 머리 식혀야 할 정도로 공부를 하고 올 것이다. 피곤에 절었던 지난주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에게 뭐라고 위로를 해줘야 할지 솔직히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