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도 식당조선족이 운영하는 구이린의 '경상도 식당'
신한범
'경상도'라는 상호를 가진 조선족이 운영하는 식당입니다. 패키지 관광객이 식당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칭다오에 입국한 후 거의 우리나라 사람을 만나지 못했는데... 우리말이 낯설게 들립니다. 여행 기간과 관계없이 모두 게걸스럽게 먹고 마시며 떠들고 있습니다. 여행이란 "외국에서 낯선 문화와 음식을 경험하는 것이다"라는 말보다는 "외국에서 우리 음식과 소주를 찾는 것이다"라가 진리겠지요.
배부르고 등 따스우니 빗속에서 헤맸던 낮 시간의 기억들도 추억이 됩니다. 내일 일정을 이야기하고 풋잠이 들 무렵 노크 소리가 났습니다. 시계를 보니 밤 12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다른 방에 자고 있던 일행이 공안 몇 사람과 함께 서 있습니다. 공안의 불심검문입니다. 그들의 손에는 카운터에서 가져온 우리 여권과 비자 복사본이 있습니다.
공안의 불심검문여권에 입국 날짜가 없다고 시비를 걸어옵니다. 단체비자는 여권에 입국 날짜 스탬프를 찍지 않는다고 이야기해 보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구이린은 외국인이 많이 찾는 관광지이기에 단체비자 제도를 알고 있을 것 같은데 막무가내입니다. 다른 마음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 공안은 권력자입니다. 중국은 법보다 당이 우위에 있으며 공안은 법집행과 당의 명령까지 수행하기 권력의 핵심입니다.
그들이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지만 기(?)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잘못한 것이 없기에 끝까지 버텨봅니다. 여권을 펴 보이며 입국 날짜가 없다는 말만 반복합니다. 서툰 중국어보다 영어로 단체 비자에 대한 설명만 반복하였습니다. 구이린은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라 분명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의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20분쯤 지나자 그들도 포기했는지 슬그머니 방에서 나갑니다.
공안의 방문으로 잠이 달아나 버렸습니다.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지만 잠은 오지 않고 두고 온 세상이 눈에 아립니다. 한 번 심란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니 걷잡을 수 없습니다. 거대한 제방이 작은 구멍 하나로 무너지는 것 같이 거대한 쓰나미가 제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밤은 깊어 가는데 정신은 더 맑아옵니다.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것보다 밤을 즐기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스마트폰에 담아온 음악을 감상하며 시를 읽습니다. 시집은 부피가 크지 않아 여행에서 좋은 동반자입니다. 더구나 반복해서 읽어도 늘 새로운 의미로 다가 옵니다.
오늘은 도종환의 시에 눈길이 갑니다.
책꽂이를 치우며 창 반쯤 가린 책꽂이를 치우니 방안이 환하다눈 앞에 막고 서 있는 지식들을 치우고 나니 마음이 환하다 어둔 길 헤쳐 간다고 천만근 등불을 지고 가는 어리석음이여 창 하나 제대로 열어 놓아도 하늘 전부 쏟아져 오는 것을몇 번을 읽어도 생경했던 도종환의 마음이 시를 따라 제 마음에 전해옵니다.
아침, 하늘을 보니 여전히 흐립니다. 숙소 앞 간이식당의 국수 한 그릇은 5위안입니다. 얼큰한 국수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해장에 알맞습니다. 외국에서 음식의 가격과 맛은 상관이 없습니다. 입맛에 맞는지가 중요하겠지요. 여행의 성공 여부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싸는' 것이라면 이번 중국여행은 성공적입니다.
구이린 관광구이린의 대표 관광지 중 첩채산(疊菜山)과 이강의 풍경과 산세가 어우러진 칠성공원(七星公園)을 선택했습니다. 구이린은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으며 관광지를 연결하는 무료 셔틀 버스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첩채산으로 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