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신은미 '종북몰이' 기자회견방북 재미교포 신은미씨가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통일토크콘서트 종북 몰이'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희망정치연구포럼 황선 대표.
이희훈
그런데 여행 감상을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았다고 하루아침에 '종북'으로 모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다.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의 저자 신은미씨에 대한 비판인데, 요지는 왜 그 사회의 이면을 보지 않았냐는 거다.
신은미씨는 관광객이다. 비판하는 쪽에서도 관광객의 시선을 검증하는 것이 창피했던지 하루아침에 저자를 '종북 세력', '특정 세력과 연계'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매도한다.
만약 관광이 그 사회의 어두운 면을 파악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면 한국의 관광 상품도 다시 개발해야 한다. 세월호 참사 현장도, 용산 참사의 현장도, 아이들이 성적 때문에 자살한 학교도, 경비원이 인격적 모독 때문에 분신한 아파트도, 국정원 직원이 댓글 작업을 하던 오피스텔도, 군인들이 적이 아니라 동료에 의해 맞아 죽은 내무반도. 모두 관광 상품에 포함시킨 다음에 신은미씨를 비판해야 한다. 이런 면은 안 보고 경복궁, 불국사를 돌아본 다음에 '원더풀'을 외치는 외국 관광객들의 시선을 비판해야 한다.
나에게는 신은미씨의 북한 관광기가 북한을 잘 묘사했는지 과장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남의 여행기를, 그것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 우수도서로 선정한 책의 저자를, 온 사회가 나서서 검증하는 현상을 견딜 수가 없다. 내가 17여 년 전 한국을 떠날 때는 적어도 이러지 않았다.
지난 정권에서는 국격을 외치면서 나라의 격은 물론 나라의 곳간에까지 엄청난 손해를 입히더니 지금 정권은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유신 시절의 억압을 되살리고 있다. 이민 가서 살면서 무슨 억압이냐고 되물을지 모르지만, 주류 사회에 편입할 능력이 없어서 한인 사회에 터전을 잡고 살다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을 끌 수가 없다.
나는 통일지상주의자도 아니어서 통일 운동가들이 남북을 두 개의 국가로 보지 않으려고 사용하는 '남녘, 북녘' 또는 '남부 조국, 북부 조국'의 명칭이 어색하고, 남쪽 대한민국이 늘 그리운 사람인데 내 나라가 역주행 하고 있다. 국격뿐 아니라 모두가 인격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삶의 격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