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성 교수가 '한국 자본주의' 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임소연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입힐 수 있는 논리가 아닙니다. 부자나라의 불평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자본에 의한 불평등보다 노동소득에 의한 불평등이 큽니다. 우리나라 노동시장 구조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제조업 종사 비율이 높음에도 저임금 노동이 여타 국가보다도 심각한 것이죠. 자본세를 논의할 게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개선할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지난 12월 6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다음세상을 준비하는 다른 청년정치연구소(다준다 연구소, 소장 이동학)'가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저명한 경제학자 장하성 교수를 강연자로 초청했다.
장하성 교수는 한국재무학회 회장과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고, 최근 발간된 <한국 자본주의>의 저자이기도 하다.
자본을 부정하는 한국의 경제 좌파장하성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제적 진보 측이 '자본'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한국의 자본주의를 고칠 생각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주주자본'을 비판하지만 그 대안인 '부채자본'이 더 위험하다는 점을 외면하고, 론스타의 '먹튀'를 비판하면서도 그 덕분에 외환은행의 경영이 개선된 점은 말하지 않는다는 것.
특히 한국의 불평등은 재분배 이전에 '분배' 자체가 근본적 문제라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현재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임금비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고, 노동시간도 프랑스와 미국의 1950, 60년대 수준임을 그 근거로 들었다. 따라서 장 교수는 한국의 경제학자들이 분배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직시하고 그것을 아젠다로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로 자본주의 고쳐쓰기 또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사막을 건널 때 타는 낙타'에 비유했다. 자본주의에 문제가 많지만 버리지 못하는 건 결국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이 낙타가 말도 안듣고 주인을 떨어뜨리기도 해서 가끔은 총으로 쏴 죽이고 싶지만, 그랬다간 나도 말라죽는 수밖에 없으니 달래서 사막을 건널 때까지만이라도 타고 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자본주의에 대한 궁극적 대안이 없다면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자본주의'뿐이죠. 때문에 주어진 체제를 잘 고쳐서 올바르게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할 일은 민주주의입니다."
따라서 장 교수는 자본주의를 정의로운 경제 체제로 전환시켜기 위해 정치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국민들이 '계층배반적' 투표가 아닌 '계층합치적' 투표를 통해 절대다수의 서민과 중산층이 좀 더 잘 살 수 있는 사회를 꿈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준다연구소는 오는 9일 저녁 신촌 미플(1강의실)에서 <솔로계급의 경제학>과 <88만원세대> 의 저자 우석훈 교수를 초청해 강의를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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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성 "정답은 재분배가 아니라 올바른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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