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현안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몇 번의 북한 방문 경험 있는 일부 인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처참한 생활상이나 인권침해 등에 대해서는 눈을 감고, 자신들의 편향된 경험을 북한 실상인양 왜곡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다."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5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재미동포 신은미씨의 통일 토크콘서트에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한 말이다.
청와대에서 박 대통령이 '신호'를 보내자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이 나섰다.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정윤회씨가 신은미·황선·이석기보다 더 잘못했다는 것인가, 새정치민주연합이 싸워야 할 사람은 정윤회가 아니라 바로 그 사람들"이라면서 야권을 향해 종북 공세를 퍼부었다.
다시 고개 내민 '종북 색깔론'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 여파로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균열될 조짐이 보이자 어김없이 '종북몰이'가 시작됐다. 청와대와 여당이 보조를 맞추는 것을 보니 정권에 위기가 닥치긴 닥친 모양이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뜬금없었다. 이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가장 주목됐던 것은 박 대통령이 정국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 파문에 대해서 추가로 입장을 내놓을지였다.
검찰 조사를 받던 최아무개 경위가 억울함을 호소한 유서를 남긴 채 자살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함께 조사받던 한아무개 경위를 회유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였다. 또 수석비서관회의 당일엔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의 검찰 조사까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침묵했다. 이전에는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규정하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던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대신 '종북공세'를 폈다. 예상하지 못했던 메시지이긴 했지만 그 의도를 헤아리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신씨의 토크콘서트에 대한 보수세력과 종합편성채널의 '종북몰이'는 박 대통령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p)결과,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8일 39.7%로 40%대가 무너진 뒤 9일 39.0%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일 이후 지지율 하락세는 멈추고 약간의 회복세를 보였는데 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과 신은미씨의 토크콘서트를 둘러싼 논란 등에 따른 '여론 분산 효과'로 분석됐다.
'종북몰이'로 지지율 땜질 나선 박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