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바꿈> 책표지.
오마이 북
반찬 몇 개 바꾼다고 될 일이 아니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지금까지도 방사능 오염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상황에서, 즐겨먹던 생선 몇 가지 밥상에서 치운다고 안전할 수 있을까.
혹시라도 공기에, 물에, 바람에 실려 올지 모를 방사능 피폭의 위험을 피하고자 애를 쓴다고 한들, 코 앞에 있는 핵 발전소에서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터진다면 말짱 헛일이 아닌가
'누더기 원전'으로 시끌한 시골마을얼마 전부터 내가 사는 영광이 시끄러워졌다. '누더기 원전' 논란 때문이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1970년대부터 위험성이 지적돼 미국 등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부실 자재를 한국 원전이 여전히 사용한다고 밝혔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원전 핵심 설비인 증기발생기와 원자로헤드 등 4000개소에 사용되는 '인코넬(Inconel) 600'은 이미 내구성에 심각한 결함이 밝혀진 부품이라고 한다.
증기발생기 내에는 '인코넬 600'으로 만든 열교환기 역할의 가느다란 전열관(지름 2cm 두께 1mm 길이 20m)이 수천 개 있는데, 이 전열관이 부식, 균열되면 방사능에 오염된 냉각수가 누출될 수 있다는 것이 그린피스의 설명이다.
전열관이 동시에 파열되면, 최악의 상황에서는 핵 연료봉이 녹아내려 체르노빌, 후쿠시마와 같은 재난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지난 10월 한빛 3호기의 갑작스런 가동 중단도 '인코넬 600'이 쓰인 증기발생기 내 전열관 균열로 냉각수 일부가 유출되면서 발생한 것이다.
그린피스는 이 부품이 사용된 한국 원전 14기 중 문제가 심각한 한빛 원전 3, 4호기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제가 없다"면서도 '인코넬 600'의 조기 교체를 추진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부품 교체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데다 교체가 완료되는 시점도 2018년이어서 그 안에 또다시 사고가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한빛 3, 4호기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이유다.
지역 주민들은 불안하다. 핵 발전소의 참사 가능성, 이것은 괴담이 아니다. 명백하게 실재하는 생존의 위협이다. 아직 터지지도 않았는데 너무 비관적으로만 보는 것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한국 핵 발전소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몇 가지 사례만 짚어보더라도 이것이 한낱 기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탈바꿈 : 탈핵으로 바꾸고 꿈꾸는 세상>은 핵 발전에 관해 잘 모르는 사람도 그 실태와 문제점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잘 정리한 책이다.
작은 부품이라고 얕봤다가는 대형참사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