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6 때문에 '통신사 노예 16년' 끝내다

[오마이뷰] 아이폰6+ 한 달 써 보고 아이폰6로 바꾼 3가지 이유

등록 2014.12.19 11:22수정 2014.12.19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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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해태 허니버터칩과 아이맥스 영화 인터스텔라 표, 아이폰6 64GB 모델.
요즘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해태 허니버터칩과 아이맥스 영화 인터스텔라 표, 아이폰6 64GB 모델.김시연

"아이폰6 64GB(기가바이트)로 예매한 <인터스텔라> 아이맥스 영화관에서 보면서 '허니버터칩' 먹기."

요즘 한국에서 가장 하기 힘들다는 일 3가지, 소위 말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품귀 현상을 빚고 있는 해태 허니버터칩도 아침 일찍 대형마트 개점에 맞춰 줄서서 샀고, 아이맥스 표도 인터넷에서 취소 표를 어렵게 구했다. 그러나 아이폰6만큼은 진짜 '하늘의 별 따기'였다. 이동통신사 대리점에 일찌감치 예약했지만 몇 주째 소식이 없었다.

허니버터칩-인터스텔라보다 어려운 아이폰6 구하기

아이폰6 64GB나 128GB로 기기 변경을 하려면 3~4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말에 결국 시중에서 '언락폰(Sim Lock Free)'을 구입했다. 16GB 모델은 바로 바꿀 수 있었지만 그동안 16GB 아이폰을 쓰면서 저장 공간이 부족해 고생했던 일들이 생생했다.

'언락폰'은 이통사 보조금이 없어 단말기 값 98만 원을 고스란히 내야하지만 약정이나 위약금 부담이 없고 어느 통신사든 골라 가입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휴대폰을 쓴 지 16년 만에 처음 '통신사 노예'에서 벗어난 셈이다.  

지난 한 달 동안 5.5인치 '아이폰6+'를 미리 써볼 기회가 있었지만 내 선택은 4.7인치 '아이폰6'였다. 값싼 단말기와 각종 장기 고객 혜택을 포기하고 통신사를 옮기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그것도 아이폰6+도 아닌 아이폰6 64GB를 택한 이유는 크게 3가지였다.

[첫 번째 이유] 화면만 큰 5.5인치... 한손 사용엔 4.7인치


 왼쪽부터 5.5인치 아이폰6+, 4.7인치 아이폰6, 4인치 아이폰5
왼쪽부터 5.5인치 아이폰6+, 4.7인치 아이폰6, 4인치 아이폰5김시연

그동안 4인치 아이폰에 익숙한 탓이지만 5.5인치는 지나치게 커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한손 사용'이란 아이폰의 큰 장점이 사라졌다. 키보드는 커졌지만 한 손으로 입력할 때 손가락이 잘 닿지 않아 오히려 오탈자는 더 늘었다. '페이스북' 같은 일부 앱에선 한글 자판 오른쪽 끝에 있는 '예'자를 입력할 때 가로 모드 알림 창이 내려와 방해했다.


또 한 손만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도 가로로 눕힌 상태에서 셔터 버튼까지 누르려고 하면 무게 중심이 안 맞아 단말기를 떨어뜨릴까 조마조마했다. 셀카 촬영 때도 타이머 버튼이 위에 있어 한손으로 닿지 않았다. 물론 홈 버튼을 가볍게 두 번 누르면 화면이 손가락이 닿는 위치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조차 번거로워 잘 활용하지 않았다.

휴대하기도 번거로웠다. 바지 뒷주머니에 꽂으면 1/3 정도가 삐져나와 몸에 지니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웠고, 손에 들고 다닐 때도 매끈한 곡선형 테두리 때문에 놓칠까봐 불안했다.

결국 동영상이나 웹 문서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거나 배터리 용량이 늘어 하루 이상 충전 없이 버틴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다시 4인치로 돌아와 보니 화면이 너무 작게 느껴졌고, 키보드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이 너무 굵어 보였다. 반면 4.7인치 아이폰6는 해상도와 카메라 손떨림 방지 기능 정도만 빼면 5.5인치 모델과 기능상 차이가 거의 없었고 '한손 사용'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했다.

이것이 5.5인치도 4인치도 아닌 4.7인치 아이폰6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 노트북 뺨치는 저장공간... 16GB는 어림없다

대용량 스마트폰을 써본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이폰6+ 128GB 모델에서 사용 가능한 전체 저장 공간은 114GB 정도로, 12.7GB 정도에 불과한 아이폰5 16GB 모델 9대 분량이다. 기존 하드디스크(HDD)보다 속도가 빨라 요즘 노트북 PC에서 많이 쓰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 저장 용량도 보통 128~256GB 정도인 걸 감안하면, 단말기가 망가질 때까지 써도 메모리 걱정은 없을 듯하다.

지난 2년 16GB를 쓰면서는 앱 1개 용량이 1GB에 육박하는 오피스나 게임 앱은 깔 엄두도 내지 못 했다. 늘 저장 공간이 부족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지우는 게 일이었다. 결국 노래나 영화 파일 저장은커녕 단 몇 분짜리 동영상 촬영도 어려웠다.

실제 3.5인치 아이폰4S에서 4인치 아이폰5로 넘어오면서 사진 해상도가 2048×1536에서 3264×2448로 커졌고 사진 1장 용량도 1MB(메가바이트) 미만에서 2MB(메가바이트) 안팎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 사진 1만 장 정도 저장했던 공간에 이젠 5천 장밖에 안 들어가는 셈이다. 아이폰5 때부터 32GB나 64GB 모델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폰6에선 사진 용량이나 해상도는 큰 변화가 없지만 화면이 커지면서 사진이나 동영상 활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16GB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실제 아이폰6+를 쓰는 한 달 동안 저장 공간 사용량이 11.5GB에서 17.2GB로 6GB 정도 늘었는데 사진과 동영상만 2.5GB 늘었다. 한 달 사이 사진은 2500여 장에서 3100여장으로, 동영상은 23개에서 4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키노트, 페이지, 넘버스 같이 용량이 큰 애플 오피스 앱까지 깔다보니 앱 숫자도 79개에서 94개로 15개나 늘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나 네이버 엔드라이브 같은 가상 저장 공간 사용도 늘고 음악도 그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해져 굳이 128GB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그렇다고 다시 16GB로 돌아가긴 불가능했다. 

이것이 128GB도, 16GB도 아닌 64GB 아이폰6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다.

[세번째 이유] 건강까지 챙겨주는 아이폰6... '작심삼일'은 별 수 없네

 걸음수, 이동거리 등 운동량을 측정하는 아이폰6 건강 앱(왼쪽)과 건강 관리를 돕는 '마이피트니스팔' 앱
걸음수, 이동거리 등 운동량을 측정하는 아이폰6 건강 앱(왼쪽)과 건강 관리를 돕는 '마이피트니스팔' 앱김시연

사실 아이폰6+를 한 달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새 운영체제인 iOS8 버전에서 처음 선보인 '건강' 앱 활용이었다. 아이폰5에서 거의 쓸모가 없었지만 아이폰6는 혼자 알아서 걸음 수와 움직인 거리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일, 주, 월 단위로 기록을 보여줬다. 특히 아이폰6부터는 높낮이 변화를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들어가 계단 오르기 같은 위아래 움직임까지 측정할 수 있다. 정확한 계단 숫자까지 반영하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대략 매일 내가 얼마나 계단을 오르내렸지 비교할 정도는 됐다.

건강 앱은 스마트 워치나 밴드 같은 웨어러블 기기는 물론 '런 키퍼', '마이피트니스팔', '눔코치' 같은 다른 건강관리 앱들과도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마이피트니스팔이나 눔코치는 섭취한 음식 칼로리와 운동 칼로리와 비교해 적절한 체중 관리를 도와줬다. 하지만 매일 자기가 먹은 음식을 입력하기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어서 결국 이틀 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반면 건강 앱 만큼은 변함 없이 내 운동량을 꾸준히 체크했다.

건강 앱처럼 iOS8의 새 기능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아이폰6를 선택한 세 번째 이유다.

[결정적 이유] '언락폰'과 '알뜰폰'의 환상적 결합

 아이폰6 등 언락폰 사용자를 겨냥한 한 알뜰폰 사업자의 할인 이벤트.
아이폰6 등 언락폰 사용자를 겨냥한 한 알뜰폰 사업자의 할인 이벤트.

마음은 이미 아이폰6 64GB로 기울었지만 통신사에선 이 모델을 제때 공급하지 못했다. 이통사 대리점 직원은 '가상 저장 공간'을 100GB 무료 제공하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면 16GB 아이폰6로도 충분하다는 그럴듯한 말로 유혹했지만 어림없었다. 자칫 매달 6~7만 원이 넘는 통신비 바가지 2년 더 꼼짝없이 '노예' 생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단통법(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덕에 아이폰6 64GB의 경우 단말기 보조금이나 12% 요금 할인이나 큰 차이가 없다. 또 알뜰폰 업체에선 쓰던 단말기를 가져오면 이통3사와 동일한 요금제를 좀 더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유심 전용 요금제'를 내놓고 있다.

결과적으로 단말기 값과 2년간 통신요금을 비교해 보면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알뜰폰과 언락폰 조합이 더 쌌다(관련 블로그: 이윤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쓴 '아이폰6 98만원 주고 구입한 까닭?') 이게 겁도 없이 100만 원에 육박하는 '언락폰'을 사서 '통신사 노예 16년'을 끝낸 가장 결정적 이유다.
#아이폰6 #허니버터칩 #알뜰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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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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