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5.5인치 아이폰6+, 4.7인치 아이폰6, 4인치 아이폰5
김시연
그동안 4인치 아이폰에 익숙한 탓이지만 5.5인치는 지나치게 커서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한손 사용'이란 아이폰의 큰 장점이 사라졌다. 키보드는 커졌지만 한 손으로 입력할 때 손가락이 잘 닿지 않아 오히려 오탈자는 더 늘었다. '페이스북' 같은 일부 앱에선 한글 자판 오른쪽 끝에 있는 '예'자를 입력할 때 가로 모드 알림 창이 내려와 방해했다.
또 한 손만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도 가로로 눕힌 상태에서 셔터 버튼까지 누르려고 하면 무게 중심이 안 맞아 단말기를 떨어뜨릴까 조마조마했다. 셀카 촬영 때도 타이머 버튼이 위에 있어 한손으로 닿지 않았다. 물론 홈 버튼을 가볍게 두 번 누르면 화면이 손가락이 닿는 위치로 줄어들긴 했지만 이조차 번거로워 잘 활용하지 않았다.
휴대하기도 번거로웠다. 바지 뒷주머니에 꽂으면 1/3 정도가 삐져나와 몸에 지니고 다니기 거추장스러웠고, 손에 들고 다닐 때도 매끈한 곡선형 테두리 때문에 놓칠까봐 불안했다.
결국 동영상이나 웹 문서를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거나 배터리 용량이 늘어 하루 이상 충전 없이 버틴다는 것 말고는 큰 장점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다시 4인치로 돌아와 보니 화면이 너무 작게 느껴졌고, 키보드 자판을 누르는 손가락이 너무 굵어 보였다. 반면 4.7인치 아이폰6는 해상도와 카메라 손떨림 방지 기능 정도만 빼면 5.5인치 모델과 기능상 차이가 거의 없었고 '한손 사용'의 장점은 그대로 계승했다.
이것이 5.5인치도 4인치도 아닌 4.7인치 아이폰6를 선택한 첫 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 노트북 뺨치는 저장공간... 16GB는 어림없다대용량 스마트폰을 써본 것도 색다른 경험이었다. 아이폰6+ 128GB 모델에서 사용 가능한 전체 저장 공간은 114GB 정도로, 12.7GB 정도에 불과한 아이폰5 16GB 모델 9대 분량이다. 기존 하드디스크(HDD)보다 속도가 빨라 요즘 노트북 PC에서 많이 쓰는 '솔리드 스테이트 디스크(SSD)' 저장 용량도 보통 128~256GB 정도인 걸 감안하면, 단말기가 망가질 때까지 써도 메모리 걱정은 없을 듯하다.
지난 2년 16GB를 쓰면서는 앱 1개 용량이 1GB에 육박하는 오피스나 게임 앱은 깔 엄두도 내지 못 했다. 늘 저장 공간이 부족해 사진이나 동영상을 지우는 게 일이었다. 결국 노래나 영화 파일 저장은커녕 단 몇 분짜리 동영상 촬영도 어려웠다.
실제 3.5인치 아이폰4S에서 4인치 아이폰5로 넘어오면서 사진 해상도가 2048×1536에서 3264×2448로 커졌고 사진 1장 용량도 1MB(메가바이트) 미만에서 2MB(메가바이트) 안팎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예전에 사진 1만 장 정도 저장했던 공간에 이젠 5천 장밖에 안 들어가는 셈이다. 아이폰5 때부터 32GB나 64GB 모델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다행히 아이폰6에선 사진 용량이나 해상도는 큰 변화가 없지만 화면이 커지면서 사진이나 동영상 활용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16GB 정도로는 역부족이다.
실제 아이폰6+를 쓰는 한 달 동안 저장 공간 사용량이 11.5GB에서 17.2GB로 6GB 정도 늘었는데 사진과 동영상만 2.5GB 늘었다. 한 달 사이 사진은 2500여 장에서 3100여장으로, 동영상은 23개에서 40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키노트, 페이지, 넘버스 같이 용량이 큰 애플 오피스 앱까지 깔다보니 앱 숫자도 79개에서 94개로 15개나 늘었다.
애플 아이클라우드나 네이버 엔드라이브 같은 가상 저장 공간 사용도 늘고 음악도 그동안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해져 굳이 128GB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그렇다고 다시 16GB로 돌아가긴 불가능했다.
이것이 128GB도, 16GB도 아닌 64GB 아이폰6를 선택한 두 번째 이유다.
[세번째 이유] 건강까지 챙겨주는 아이폰6... '작심삼일'은 별 수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