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록 유출 의혹' 정문헌 의원 검찰 출석 지난해 11월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의혹에 대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유성호
노무현 대통령의 서해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주장을 펼쳐온 정문헌 새누리당 의원이 법적 책임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김우수)는 23일 그의 비밀 누설(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인정, 벌금 1000만 원 형을 선고했다. 다만 정 의원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하진 않았기 때문에 이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그는 국회의원직을 유지한다.
정문헌 의원은 2009년 청와대 통일비서관 재직 시절 국가정보원에서 2급 비밀로 보관하고 있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접했다. 이때 확인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는 2012년 10월 8일 통일부 국정감사 때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의 존재를 밝혔고, 노 대통령이 NLL 포기를 구두로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정 의원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도 거듭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국감 발언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재판부는 그의 언론 인터뷰 등이 비밀 누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리해왔다.
그동안 정 의원은 국감 발언이 이미 언론 등에 공개된 다음에 추가로 그 내용을 언급한 것이니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주장 자체는 비밀이 아니며, 자신이 언론 인터뷰한 일 역시 비밀 누설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또 자신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캠프를 이끈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에게 이야기한 것은 국감 발언을 확인하는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23일 재판부는 그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회의록은 그 자체가 비밀이었으므로 정문헌 의원이 국감에서 발언을 했다고 비밀이 아닌 '널리 알려진 사실'이 됐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아직 끝나지 않은 NLL 논란... "결코 가볍지 않은 사안" 또 다른 근거는 그의 발언 이후 오히려 회의록 존재와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이어졌고, 일반인은 물론 김무성 의원 등 같은 당 관계자들 역시 '노무현 대통령 NLL 포기' 주장이 진짜인지 아닌지 몰랐다는 점이다.
재판부는 법률상 비밀이 대중에게 알려졌다고 해도 사람들이 '진실'로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을 계속 '비밀'로 유지하거나 진위를 확인하지 않는 게 공공의 이익이라고 판단했다.